[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유치권이 걸려있는 주택을 100억원에 사들였다가 2년 넘게 방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사실 시공사·시행사 측으로부터 조직적으로 속은 것이라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진승 부장검사)는 전날인 6일 시공사 A업체 대표 이모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시행사 B자산운용사 대표 최모 씨와 이사 김모 씨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진=뉴스핌DB] |
이들은 지난 2018년 11월~2019년 2월 하청업체 유치권(留置權) 행사로 정상적인 주택·부지 인도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SH공사 직원을 속여 정상 인도가 가능한 것처럼 위장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같은 수법으로 매매대금 약 62억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SH공사는 지난 2018년 말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 다세대주택을 저소득층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100억원에 구입했다.
당시 해당 건물은 건축주와 하청업체 간 대금 지급 문제로 하청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어 정상적 임대 사업이 불가능한 곳이었음에도 SH공사가 부실 매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SH공사 정기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SH공사는 해당 주택을 '매입 약정' 방식으로 사들였다. 주택 설계 단계에서 매매 약정을 맺고 건물이 완공되면 잔금을 내고 구매하는 방식이다.
SH공사는 2017년 9월 공공주택 용도로 다세대주택을 짓기로 하고 B자산운용사와 약정을 맺었다. 자산운용사는 A업체를 공사업체로 선정했고, 이 업체는 하청업체들과 함께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업체와 하청업체들 간 대금 지급 다툼이 생기면서 하청업체들이 유치권을 행사하게 됐다. 유치권이 걸린 건물은 권리 관계가 확정되지 않아 새로운 건물주가 오더라도 전세나 임대를 낼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로 인해 해당 건물은 2년 넘게 본래 목적인 임대 용도로 쓰이지 못하고 방치됐다.
SH공사는 매입 당시 건물에 유치권이 걸려 있었던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유치권 행사 중인 사실은 등기상 알 수 없는데다 현장에서도 현수막이나 푯말이 치워져 있어 알 수 없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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