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글로벌 경기침체 속 역대급 실적
수출 품목·지역 다원화…수출중기 육성 성과
신남방·신북방 정책도 성과냈지만 갈길 멀어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올해 수출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8월 수출액은 지난해 8월보다 34.9% 급증한 532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다양한 기록을 경신했다.
10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에 최근 6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또 6개월 연속 월간기준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는 성과도 거뒀다. 8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4119억달러로 역대 최단기간 4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임은석 경제부 기자 |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욱 돋보인다. 실제로 다른 주요 경제대국들과 비교할 때 한국경제는 수출 호조세를 발판으로 빠른 회복력과 양호한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수출 호조세는 그간 정부와 수출업계가 공을 들여온 '체질개선'의 성과다. 수출기업과 품목, 지역(교역국) 등 전반적인 다변화가 성과를 내면서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역대급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수출 호조를 보였던 2018년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2018년 수출 호조를 이끌었던 품목은 단연 반도체와 석유화학, 일반기계 등 일부 주력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올해는 기존 주력산업과 함께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농수산식품, 화장품 등의 신산업이 선전하면서 주력 수출품목이 훨씬 다양화됐다. 15대 품목 모두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증가하율을 기록면서 수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 조선, 스마트폰, OLED, TV 등 주력 품목은 상반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유망 산업 중에서는 SSD가 1위, 전기차 배터리가 2위를 지켰다. 화장품은 수출 5대국에 처음 진입했고 의료용 진단제품 역시 수출 10대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3~5번 중심 타선은 물론 전 선수가 모두 잘 치고 있는 셈이다.
교역국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훨씬 다원화됐다. 2018년에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등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하지만 올해는 중남미와 CIS, 동남아, 인도 등과의 교역국이 대폭 확대되면서 다원화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출 성과를 반영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추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사상 최고 수출기록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은 내비쳤다.
하지만 앞으로 숙제도 적지 않다. 최근 줄어든 무역 흑자폭을 회복하고, 신남방·신북방 정책도 더욱 속도를 높여야 한다.
우선 무역흑자 규모는 6월에 44억5000만달러로 줄었고, 7월(17억6000만달러), 8월(16억6800만달러)에는 흑자폭이 더욱 줄어 3개월째 불안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심지어 9월에는 무역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주춤했던 수출 기저효과가 이번 달부터는 사라지는데다 추석연휴로 조업일까지 줄어들어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무역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은 인정하고 있다. 국내 산업 투자가 늘면서 수입 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적자가 발생한다고 해도 한 두달에 그치고 연간 무역수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신남방·신북방 정책도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더욱 매진해야 한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무역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다.
수출 중견·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일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잠재력이 있는 유망기업들이 많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 여파로 수출 '문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잘 나갈 때 신발끈을 더욱 동여매자. 그게 정부의 역할이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