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0억 이상 고객, 삼성증권 3310명 '껑충'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맹추격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최근 100억원대 이상 자산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들이 크게 늘면서 이들의 발길을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증권이 이 시장 선두를 수성 중인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고 미래에셋증권 등도 관련 서비스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7월 말 기준 초고액 자산가의 예탁자산이 업계 최초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 수는 2019년 말 1994명(예탁자산 69조원)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3310명(109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자산이 100억원 이상이고 이 가운데 30억원 이상을 금융자산으로 보유한 사람을 통상 초고액 자산가로 분류한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삼성증권은 일찍이 지난 2010년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 브랜드 SNI(Success&Investment)를 구축했고 지난 2019년부터 이를 확대해 운영하는 등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금융, 세무, 부동산 등 각 분야 전담팀이 초고액 자산가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가업승계연구소를 설립해 가업승계 전반에 필요한 과정도 자문하는 등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가 비교적 두터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초고액 자산가들이 환매중단 등으로 홍역을 치른 사모펀드 대신 맞춤형 자산관리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자 다른 증권사들도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올해 들어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일 '한국투자마이스터패밀리오피스랩'과 '한국투자글로벌자산배분랩' 등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랩(Wrap) 어카운트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이들 상품은 최소 가입 금액이 각각 10억원, 3억원 이상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법무법인 바른·원, 불가리아코리아, 리얼코리아, 현대미술 갤러리 가나아트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각종 세미나, 부동산컨설팅, 미술품 투자전략까지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초고액 자산가 맞춤형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면서 한국투자증권의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 자산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약 29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약 22%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고액자산가와의 대면 접점을 늘리기 위해 지난 8월 잠실새내역WM을 개설했다. 최근 비대면 영업 환경이 갖춰지면서 영업점이 속속 폐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조치라는 평가다. 현재 잠실새내역WM은 고액자산가에게 1대 1 맞춤형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또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3월에는 예탁금 10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미래에셋세이지클럽 패밀리오피스'도 선보였다. 미래에셋 패밀리오피스는 글로벌 자산배분, 상속 설계, 세금 플래닝, 가업승계, 국내외 법률 자문 등 6가지 분야의 전문가가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금투업계는 증권사들이 최근 2년간 가파르게 늘어난 개인 투자자들의 규모가 사실상 정점을 찍은 것으로 판단, 앞으로 초고액 자산가 고객층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시장에서 오랜 노하우를 축적한 삼성증권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판도가 뒤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초고액 자산가의 경우 한 번 인연을 맺으면 거래 증권사나 프라이빗뱅커와 쭉 함께 가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 기존 개인 고객들과의 큰 차이점"이라며 "특히 삼성증권은 기존 초고액 자산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초고액 자산가들이 유입될 수 있는 구조여서 다른 증권사로서는 점유율을 높이기가 매우 구조"라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