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서울권 주요 대학에서 총여학생회(총여) 폐지가 잇따른 데 이어 최근 총여의 대안 기구인 성평등위원회까지 폐지되면서 대학 내 페미니즘이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19일 중앙대에 따르면 이달 초 학생대표자로 구성된 확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성평등위원회 폐지 안건이 58.41%(59명)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반대 21명(20.79%), 기권 21명(20.79%), 무효 15명(14.85%) 등이다.
이보다 앞서 경희대는 지난달 23~27일 총여 정회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해 8378명 중 4223명이 투표에 참여, 63.45%의 찬성률(2680명)로 총여를 폐지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중앙대학교 전경. 2020.09.02 hakjun@newspim.com [사진=중앙대학교] |
최근 몇 년간 대학들에서 총여 해산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연세대, 2018년 성균관대·동국대·광운대, 2015년 홍익대, 2013년 건국대·중앙대에서 총여가 폐지됐다.
그러나 중앙대처럼 대안기구인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대의 경우 2013년 총여가 폐지된 이후 대안기구로 성평등위원회를 총학생회 산하기구로 출범시켰다.
중앙대 성평등위원회는 폐지 직후 곧바로 '성평등위원회 폐지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성평등위원회 폐지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성평등 문제에 대한 자치를, 자정작용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위원회는 연대서명을 받기 시작해 이날 기준 9000여명 가까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추후 연서명을 바탕으로 성평등위원회 폐지에 반발하는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홍윤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부위원장은 "일각에서는 총여 폐지가 시대적 흐름이라고 설명하는데 시대적 흐름이라고 명명하기엔 너무 많은 맥락을 소거하는 설명"이라며 "총여 해산이 잇따르던 2018년 당시만 해도 강남역 살인사건을 비롯해 미투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던 시기로 그 어느때보다 페미니즘의 역할이 필요했던 시기"라고 짚었다.
특히 "이번 폐지 건은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안건으로 시작됐다"며 "성평등위원회 폐지안은 공론장 하나 없이 통과됐다"고 비판했다.
여성의당 백래시대응위원회는 "중앙대 성평등위원회의 폐지는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안티페미니즘 언어를 사용한 점, 그 과정이 제대로 된 숙고 없이 이뤄졌다는 점, 무엇보다 총여 대안기구가 최초로 폐지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이번 폐지는 거세진 백래시의 흐름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으며, 명백히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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