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혁신안, 주거복지 중심 인력·조직 개편 후 추진
2~3년에 걸쳐 혁신안 논의, 코레일-SR 통합도 쉽지 않아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 얽혀...내년 대선 앞두고 결론 부담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추진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이 2~3년에 걸쳐 구조조정을 진행 뒤 조직을 쪼개는 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과 에스알(SR) 간 통합도 단기간에 결론짓기보단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의 투기방지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치이지만 졸속 행정이란 비판이 큰 데다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현안이라 쉽게 다루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져 이들 검토안이 흐지부지될 것이란 목소리도 여전하다.
◆ LH 혁신안, 2~3년 걸쳐 점진적 추진...코레일-SR 통합도 추가 논의
3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H 혁신안과 코레일-SR 합병이 중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논의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LH 혁신안은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불거졌다. 전국의 주택공급 실무를 담당하는 LH 직원들이 내부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미리 땅 투기에 나섰다는 사실이 밝혀져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에 정부는 해체 수준의 LH 혁신안을 만들어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0.27 yooksa@newspim.com |
하지만 집값 폭등으로 정부가 주택공급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조직 쪼개기에 부담이 커졌다. 임대주택뿐 아니라 택지지구의 토지보상과 땅 매각, 도시 설계, 분양까지 실무적으로 LH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조직을 해체 수준으로 분리하면 주택공급에 혼선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에 애초 해체 수준의 혁신안은 2~3년에 걸친 구조조정을 거쳐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진행하는 방안은 내부 조직개편과 인력 감축이다. 비핵심 기능 24개 부서와 업무를 단계적으로 폐지·이관한다. 이를 통해 인력을 1000여명 감축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주거복지 기능을 강화하는 형태로 조직을 개편해 나간다. 신도시를 비롯한 도시조성사업과 공동주택사업을 축소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중심으로 조직을 탈바꿈한다. 주거복지 사업에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조성,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 주거생활서비스, 공동주택 관리지원 등이 핵심 기능이다. 지방조직 중심으로 정밀 조직진단을 거쳐 1000여명을 추가로 감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위 소속 야당 관계자는 "두차례 공청회를 거쳤지만 후보안으로 거론됐던 혁신안이 모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며 "일단 2~3년 기간을 거쳐 감원, 기능 축소 등을 진행한 뒤 최종 혁신안이 결론 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시간이 지체돼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면 애초 계획한 혁신안이 결국 흐지부지되지 않을지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LH 혁신방안으로 우선 강력한 통제장치 구축(23개)과 경영관리 강화(8개) 등 35개 과제를 선정했는데 현재 28개를 이행한 상태"라며 "조직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개편 취지를 감안해 많은 의견을 청취하고 있지만 단시간에 혁신안이 마무리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레일과 SR 간 통합문제도 상황이 비슷하다. 제4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 관련 연구용역을 통해 양사간 통합에 따른 실효성을 분석하고 있다. 이번 용역은 내달 종료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통합이 나을지 아니면 경쟁을 하는 게 나을지에 대한 결론은 전문가와 코레일, SR, 국가철도공단 노사 관계자 등의 논의를 거쳐 방향성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통합이 확정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 복잡...내년 대선까지 겹쳐 결론짓기 어려워
LH 혁신안과 코레일-SR 통합에 대한 개편안이 쉽게 결론나지 않는 이유는 실효성에 의견이 분분한 것도 있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 주도로 진행중인 이들 개편안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LH 혁신안만 봐도 LH 본사가 위치한 경남 진주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주시 측은 LH가 진주로 본사를 이전한 이후 8000억원의 경제효과와 일자리 6000여개 제공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역 인재 27% 의무 채용으로 청년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했다는 것이다.
정부안대로 우선 LH 인력 2000여명을 감축하면 가족을 포함해 최소 3000여명이 진주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 사회공헌활동, 지역 인재 채용, 산학연 연계 사업까지도 줄어들게 된다. 지역 사회가 불만감을 표시하는 이유다.
LH 직원들도 불만이 크다. 투기 근절을 위한 내부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조직을 쪼개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다. 이런 것들이 표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로써도 선뜻 칼날을 드리우기 힘든 것이다. 코레일과 SR 통합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LH 개편안은 실효성이 부족한 졸속 해결책에 불과하다"며 "단기간에 결론나기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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