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부정합격' 인정된 합격자 대부분 무죄 판단…조용병 무죄
재판부 "현행법상 업무방해죄로 다스릴 수밖에" 안타까움 표시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조은래 김용하 정총령 고법판사)는 22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던 조 회장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윤승욱 전 부행장도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인사부장 김모 씨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각각 감형됐다.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던 또 다른 인사부장 이모 씨에게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신한은행장 시절 채용비리 관여 의혹을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신입 행원 채용에서 외부 청탁자와 은행 임원 등의 자녀들에게 채용 특혜를 주고 성차별 채용을 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 2021.11.22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1심이 부정합격자로 판단한 인원 대부분을 부정합격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조 회장이 서류전형에서 부정합격 시켰다는 지원자 1명에 대해 "A씨의 서류전형 지원사실을 인사부장 이 씨에게 전달했고 채용팀으로서는 전형별 합격자 사정단계에서 행장이 전달한 지원자라는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음을 충분히 예상했다하더라도 이를 합격지시로 간주할 수는 없다"며 "만일 합격지시로 받아들였다면 굳이 서류전형만 통과시키고 1차 면접을 탈락시키는 것으로 결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행법상 채용비리 사건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할 수밖에 없는 사정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재판부는 "채용비리에 따른 피해자는 해당 기업 입사를 희망했다 고용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층 지원자일 수밖에 없지만, 지원자를 피해자로 하고 공정 채용절차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부정채용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업무방해죄로 다스리는 게 현실"이라며 "이에 더해 고용 주체가 사기업일 경우 헌법에 근거해 사기업이 누리는 채용의 자유를 폭넓게 보호해주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해보면 사기업의 채용과정에 있어 공정과 부정의 경계를 설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들의 형을 대폭 감형하면서도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청탁 받거나 연고관계가 있는 일부 지원자들을 명단으로 관리하거나 내외부 인사로부터 전달받아 채용업무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채용비리라는 의심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일반 지원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한은행을 비롯한 여러 사기업에서 오랜 기간 지속돼온 관행은 반드시 타파돼야 할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조 회장 등 임직원들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채용 과정에서 외부 청탁을 받은 지원자나 전·현직 임원 자녀를 별도로 관리해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채용 과정에서 합격자들의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신한은행 채용 과정에서 면접위원에게 위임된 업무는 채용 업무와 별개로 그 자체로 보호 가치를 지닌다"며 "1차와 2차 면접에 응시할 정당한 사유가 없는 면접자가 면접에 응시하게 하는 행위는 위계에 해당하며 면접위원이 수행하는 적정성과 공정성이 저해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하면서 조 회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1심은 합격자의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맞추는 등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공소 사실에 기재된 기준과 달리 남녀를 차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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