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금천·중랑 시범서비스 종료…퀵커머스도 기사 부족 타격
일부지역은 부릉에 외주…쿠팡은 안정적 확보 위해 월급제 도입
"배달 넘어 이커머스 업체" 선언했지만…쿠팡과 경쟁우위 격돌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배달기사 부족 문제가 퀵커머스(즉시배송)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배달의민족(배민)이 영역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민은 음식배달 플랫폼에 이어 퀵커머스까지 시장 개척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의 자본공세에 번번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상당부분의 점유율을 내준 배달시장에 이어 퀵커머스 역시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배민의 '이커머스 도약' 선언이 연착륙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08.30 dlsgur9757@newspim.com |
◆ B마트, 일부지역 단건배달 종료…기사 부족 퀵커머스까지 영향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이날부터 B마트 관악서울대점, 금천독산점, 중랑면목점에서 시행하던 인공지능(AI) 추천배차와 단건배달을 종료했다. B마트는 생필품 등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을 빠르게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밤에 주문하면 출근 전에 도착하는 '새벽배송'이 최단시간 배송이었던 온라인 시장에서 배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게 특징이다. 배민의 주요 사업영역인 음식배달에서 범위를 넓힌 셈이다.
이번 서비스 종료를 두고 업계는 배달기사 확보가 어려워진 데 따른 정책 변경으로 보고 있다. 단건배달 경쟁으로 인해 기사 수가 부족해지면서 시범적으로 진행했던 B마트 단건배달이 일부 중단됐다는 것이다. 최근 쿠팡이츠와 배민은 단건배달 기사를 확보하기 위한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최대 2만원의 배달비 조건을 내걸었다.
두 회사의 배달비 인상 경쟁에 기사가 빠져나가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의 배달대행업체들도 최근 50% 이상 배달비를 올렸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기사들의 처우는 좋아진 반면 식당들의 비용은 커지면서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한 번에 3~4건을 수행하는 배달 시스템이 단건으로 전부 바뀐다고 가정하면 최소 3배 이상의 인력이 필요해 기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은 B마트에서 한정된 기사를 단건배달로 활용하는 게 배민 입장에서는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퀵커머스 시장을 연 배민의 B마트는 배민 라이더·커넥터 등 직접 계약을 맺은 배달기사를 활용해 배달을 수행한다. 기존에는 특정 지역 배달이 뜨면 기사가 복수의 주문을 받아서 묶음배달을 하는 형태였지만 배민은 일부 지역에서 묶음배달을 자동으로 지정해 '묶음배차(추천배차)'의 형태로 서비스를 변경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단건배달 확대를 보류한 셈이다. 기존에는 기사가 묶음배차를 적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단건배달만 가능하도록 설정돼 있었다.
◆ 월급제로 퀵커머스 배달원 고용하는 쿠팡이츠, 배민은 외주…"이커머스 기업 도약" 차질 우려
이처럼 배달기사 부족이 음식배달을 넘어 퀵커머스 시장까지 확산하는 상황이다. 업체별로 배달기사 확보 방안은 제각각이다. 퀵커머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는 전담 배달원 '쿠팡이츠마트 친구'를 월급제로 고용하고 있다. 자영업자인 기존 배달기사 근무형태와 달리 이동수단을 제공하고 주5일제로 운영하는 '쿠팡맨'을 퀵커머스에 적용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사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배민은 직접 계약하는 배민 라이더·커넥터 외에 외주를 활용하고 있다. 배달 프로그램사인 부릉과 계약을 맺고 일부 지역에서 배달대행업체 소속 라이더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속도전을 벌이는 퀵커머스 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 쿠팡이츠가 배민을 앞선다는 평가다. 현재 강남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이츠마트는 10~20분 내 배송을 내걸고 있다. 반면 B마트는 1시간 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B마트도 쿠팡이츠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단건배달을 시범 운영하기도 했지만 기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비스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달앱을 넘어 이커머스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한 배민의 전략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앞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 17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술 콘퍼런스 '우아한테크콘서트2021'에서 "배민은 더 이상 음식배달 앱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시장에서 경쟁 중인 쿠팡의 '본진'인 이커머스업계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우선 배민은 배달시장에 이어 퀵커머스에서도 점유율 확보에 승부수를 던진 쿠팡이츠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민은 배달앱 시장을 열었지만 단건배달을 들고 나온 쿠팡이츠에 점유율의 상당부분을 뺏긴 상태다. 쿠팡이츠는 퀵커머스 시장에서도 더 빠른 배달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여기에 중소마트업계가 쿠팡의 퀵커머스 진출을 놓고 골목상권 침해라며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해 달라고 신청하면서 사업 확대 자체가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다만 배민은 B마트 단건배달 서비스 중단에 대해 배달기사 부족에 따른 서비스 변경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나 시범운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진행했고, 음식배달 단건배달과는 별개"라며 "효율 확대 차원에서 배달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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