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 자택서 사망…세브란스병원에 빈소 마련
"全, 광주화 운동 유가족에게 사과 입장 전해"
대선주자들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 조문 안해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박서영 윤준보 이상현 인턴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확진을 받고 통원치료를 받다가 갑자기 증세가 악화돼 사망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어떠한 사과도 남기지 않은 전 전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또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장례식장도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故 전두환 전 대통령. 2021.08.09 kh10890@newspim.com |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45분께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는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장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나, 최근 건강 상태가 악화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3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대구공업고·육군사관학교 11기를 졸업한 전 전 대통령은 청와대경호실 차장보, 국군보안사령관, 제10대 중앙정보부 부장, 국가보위입법회의 상임위원장, 육군대장 등을 지냈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취임해 대한민국 제 11대, 12대 대통령을 지냈다.
육사 11기로 12·12 신군부 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로 집권한 그는 생전에 이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고 발포 명령 여부도 부인한 바 있다. 기본 경호 외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박탈당한 상태다.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 전 대통령이 2014년에 발간한 회고록에 유서를 남겼다"고 전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내 가슴 속에 평생을 지녀 온 염원과 작은 소망이 남아 있음을 느낀다. 저 반민족, 반역사적, 반문명적 집단인 김일성 왕조가 무너지고 조국이 통일되는 감격을 맞이하는 일이다. 그날이 가까이 있음을 느낀다.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싶다.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 땅이 바라다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고 써있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유혈진압에 대한 제대로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의 뜻을) 전했다"라며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몇월 며칠 몇시에 어디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지휘했고 누구한테 발표 명령을 했다는 걸 적시하고 사죄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민 전 비서관은 "광주 피해자 유족에 대한 사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했다"며 "전 전 대통령이 33년 전 11월23일 백담사를 가던 날 성명에도 발표했고, 여러 가지 미안하다는 뜻도 밝혔다. 광주 청문회 때도 그런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했다.
민 전 비서관은 취재진을 향해 "지금 여러분들은 그 사실을 모르니 계속 사죄하라고 하는데, 광주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사죄) 말씀은 이미 하셨다"며 "형사소송법에도 죄를 물으려면 시간과 장소 등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물으라고 한다. 막연하게 사죄하라는 것은 '네 죄를 네가 이실직고하라'라는 것과 똑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2021.11.23 leehs@newspim.com |
◆ 정치권, 사과 없이 떠난 전두환에 유감…이재명·윤석열도 조문 안해
정치권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문을 달갑지 않아하는 모양새다. 특히 대선 주자들은 공개적으로 전 전 대통령의 조문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하 수백명의 사람을 살상했던,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 국가권력을 찬탈했던, 이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에게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어 "이 중대범죄를 인정하지도 않았다. 참으로 아쉽게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조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경선후보자들과의 오찬을 앞둔 상황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언제 갈지는 모르겠는데 (장례) 준비 일정을 좀 봐 가지고"라며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조문을) 가야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대선 경선 후보자들과의 오찬에서 참석자들의 만류로 조문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해 "고인의 역사적 과오에도 불구하고 이를 끝내 인정하지 않고 국민께 사과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조문할 수 없는 불행한 역사"라고 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역시 "성찰 없는 죽음은 그조차 유죄"라며 "역사를 인식한다면 국가장 얘기는 감히 입에 올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 1호에 마련된 전 전 대통령의 조문은 오후 5시께 시작됐다. 이순자 여사는 오후 4시 59분 빈소에 들어섰고, 뒤이어 둘째 아들 전재용 씨의 며느리 박상아 씨도 빈소를 지켰다.
이영일 전 전두환총재비서실장, 고명승 전 하나회 회원(육사 15기) 등이 전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명복을 빌었다. 아울러 강창회 전 국회의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일윤 전 헌정회 회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등의 근조화환이 들어섰다.
세브란스병원 장례시작 입구에서는 '전두환심판국민행동'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5·18 학살과 헌정유린, 삼청양민학살, 형제복지원과 군 강제징집 녹화 선도공작의 참담한 고문 및 인권유린과 탄압, 노동운동 탄압 등 5공화국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의 만행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사죄도 없이 떠났다"며 "전두환씨와 그 부역세력들이 저질렀던 모든 범재행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정의를 수립하기 위한 대장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빈소를 찾은 도후 스님은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 있을 때 주지스님이었다"며 "조문하러 왔는데 뭐라고 말씀드리긴 뭐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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