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미나리처럼 애정이 넘치고 강인한 관객들이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관객 한 명 한 명이 미나리였다. 어디서든 끈질기게 자라나는 생명력의 미나리.
지난 주말 진행된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본 소감이다. 이런 느낌은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류승완), 최다관객상, 남우조연상(허준호), 미술상(김보묵)까지 모두 5개의 트로피를 안은 영화 '모가디슈'의 관객수를 확인하며 더욱 강해졌다.
지난 7월 28일 개봉한 '모가디슈'의 누적 관람객은 모두 3,611,999명이라고 했다. 이 숫자를 보고 기자는 좀 놀랐다. 왜. 관람객이 너무 적어서? 아니, 너무 많아서.
'모가디슈'는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 방역조처를 시행할 때 개봉됐다. 대유행 단계의 4단계에서는 18시 전까지는 4명, 18시 이후 2명까지 모임만 허용되고, 극장같은 시설도 이용인원에 제한이 있어서 시설면적 8㎡당 1명, 좌석 30% 또는 50%까지만 허용됐다. 그러나 이런 조처가 아니었어도 감염을 우려한 사람들이 극장을 가지 않아서 대부분 극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도 '모가디슈'는 개봉 4일째에 50만, 7일만에 100만 고지를 넘었다. 코로나19 4단계에서의 기적같은 일이었다. 솔직히 그런 상황에서 '모가디슈'가 360만명이라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감염병이 아니었다면 1천만은 손쉽게 넘었을 영화였다.
한국 영화는 지난 2004년 '실미도'가 처음으로 관객 동원 1천만 시대를 열었다. 몇달 뒤에 개봉된 '태극기 휘날리며' 도 1천만을 넘기며 한해 2편의 천만 관객 흥행이라는 기록을 세운 이후 거의 해마다 천만 관객 영화가 나왔다. 그러나 17번째 1천만 이상 관객동원 영화 2019년 '극한직업' 이 누적관객 1626만(역대 2위)의 대기록을 세운 이후 기록은 경신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2021년 상반기 전체 관객수는 2002만명을 기록, 2004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가동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8.2%(1239만 명)나 감소했다. 2021년 상반기 전체 매출액 역시 18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0%(875억 원) 감소했고, 이는 2005년 이후 상반기 전체 매출액 최저치였다.
알다시피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에서 남북 대사관 직원들의 필사적인 탈출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 홍보 문구는 이랬다.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
참으로 상징적인 글귀다. 그들의 목표가 오로지 생존이었듯, 코로나19 2년째를 맞이하는 영화산업의 목표도 오로지 생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 영화계엔 미나리처럼 애정이 넘치고 강인한 관객들이 있다. 구정물 흙탕물 마다않는 자산같은 배우도 있지만, 그같은 관객들도 있다. 그들의 힘을 믿고 올해에도 무려 영화 172이 편이 제작됐다. 참으로 위대한 K-콘텐츠다.
청룡영화상 시상식 말미 사회를 본 김혜수는 "2021년 영화계가 '기록'이 아닌 '기억'의 의미의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마도 영화산업 관계자 전체의 심경이 그러할 것이다.
digibobo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