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저한테는 시험 문제 풀고 나서 동그라미를 받은 기분이었어요. '술꾼도시여자들'은 여러모로 저한테 좋은 나무가 된 작품이죠."
국내 토종 OTT 티빙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술도녀)'이 단숨에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이번 작품에서 배우 이선빈은 예능 작가 안소희를 연기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선빈 [사진=이니셜엔터테인먼트] 2021.11.30 alice09@newspim.com |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안됐는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클립 영상이 돌아다닐 때 저희 작품이 그래도 인기가 많았다는 걸 느껴요. '술도녀'가 OTT 드라마였잖아요. 많은 분들이 입소문으로 드라마를 보게 되는 걸 처음 겪어봤거든요. 최근에 친구가 고기 집을 갔는데 뒷자리 테이블에서 '술도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럴 때 많은 분들이 저희 작품을 봐주셨구나 느꼈죠."
이번 드라마는 이선빈과 한선화(한지연 역), 정은지(강지구 역)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루의 끝을 술로 마무리하는 이번 작품은 OTT에서 공개된 만큼 브라운관의 드라마와 달리 거침없는 대사와 음주 장면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소희나 지연, 지구를 보면서 공감이 많이 됐거든요. 배우 이선빈이기전에 저도 실제로 이런 대사와 같은 말들을 해본 적도 있고, 비슷한 일을 겪기도 했고요. 솔직히 잘될 거라는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실 거라는 건 자신 있었어요(웃음). 또 OTT 강점 중에 하나인 거침없는 것도요. 현실성 있는 대사들로 이뤄진 게 너무 좋았죠. 영화보다 센 대사들이 많았는데 이런 것들이 대중에게 신선하고 현실감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
이선빈이 극중에서 맡은 안소희는 출판사 직원으로 일 하다 예능 작가로 전향한 인물이다. 그가 출판사 직원일 때의 에피소드는 SNS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바로 박영규를 상대로 엄청난 대사의 욕을 쏟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선빈 [사진=이니셜엔터테인먼트] 2021.11.30 alice09@newspim.com |
"사실 그 장면에서 엄청난 부담을 느꼈어요. 박영규 선생님을 뵙는 것도 처음이었는데 대사 2/3가 욕이었거든요(웃음). 잘해내면 너무 재미있겠지만, 사투리로 욕을 해야 했거든요. 한 글자가 어긋나면 뒤가 다 무너지더라고요. 감독님도 빠르게 해줘야 보는 사람도 안 지루하다고 하셔서 엄청나게 부담을 느꼈죠. 하하. 그래서 대본을 받고 계속 연습했어요. 누가 툭 치면 대사가 바로 나오게끔 했거든요. 촬영하고 그 장면을 보는데 고군분투했던 모습이 생각나더라고요. 그 장면이 제가 드라마 데뷔하고 나서 제일 오래 준비한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하하."
가장 오래 준비한 장면 후에는 정말 3일에 걸쳐 촬영한 장면도 있었다. 바로 극중에서 안소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례식 장면이 그랬다. 이 에피소드 역시 다른 드라마와 빈소를 지키는 상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장례식장에서 상복을 입고 정말 3일간 찍었어요. 계속 우니까 갈수록 초췌해지더라고요. 걱정이 됐던건 현실적으로 보이길 바랐거든요. 장례식장에서 가짜인 모습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을 하면서 부담도 있었죠. 시청자들은 한 회를 보는 건데 계속 울면 질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우는 포인트를 매번 다른 표정과 발성으로 해야 하는 게 부담이더라고요. 다행히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잘 해낼 수 있었어요. 또 어느 순간부터 (정)은지 언니랑 (한)선화 언니가 지구와 지연이가 아닌 정말 언니들로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솔직한 대사들에 꾸밈없는 배우들의 연기와 코믹한 장면들이 더해지면서 '술도녀'는 단숨에 인기작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드라마를 세 명의 여자 배우들이 끌고 가야한다는 것, 그리고 매 화 나오는 음주 장면은 배우로서 나름의 부담이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선빈 [사진=이니셜엔터테인먼트] 2021.11.30 alice09@newspim.com |
"부담은 너무 있었죠. 하하. 저희도 그렇게 센 장면들과 대사를 해본 게 처음이었거든요. 연기를 하겠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또 코믹이라는 게 하면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하고 나서 '이거 너무 심했나?'라는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하하. 저희끼리도 너무 친해졌는데, 서로의 캐릭터를 챙겨주게 되더라고요. 자기 캐릭터를 챙기기 바쁜 게 아니라 서로의 캐릭터를 더 빛나게 해주려고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부담은 됐지만, 편안하게 찍어서 잘 해결된 것 같아요."
2016년 JTBC 드라마 '마담 앙트완'을 통해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이후 OCN '38 사기동대', tvN '크리미널마인드' '위대한 쇼' 등의 작품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리고 '술꾼도시여자들'로 정점을 찍었다. 이번 작품은 이선빈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너무나 특별했어요. 올해는 신기하게도 제가 하고 싶었던 걸 이뤄주는 해였던 것 같아요. 제가 늘 '다음 작품은 사람 냄새나고, 워맨스를 보여주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거든요. 이 모든 게 맞아 떨어지는 게 '술도녀'였고요. 그래서 보답 받은 기분이에요(웃음).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은 할 수 있지만, 반응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이건 반응까지 좋아서 시험 문제를 풀고 나서 동그라미를 받은 기분이에요. 좋은 언니, 오빠들이 남기도 한 작품이고요. 여러 가지로 자한테 좋은 나무가 됐죠. 다음에도 이렇게 사람냄새 나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의 작품을 하고 싶어요(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