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대선 시즌이 다가왔다. 5년 전에 이어 또 다시 노동이사제 바람이 거세다. 노동이사제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당선 이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하지만 초반 기세와 다르게 재계 및 야권의 반발에 큰 결실을 거두진 못했다.
노동이사제는 기업의 이사회에 노동자대표를 포함해 이들로 하여금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서울특별시가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이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됐다.
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 |
금융권에선 수출입은행 한 곳만이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공기관 노동조합은 내년 초 사외이사의 임기만료에 맞춰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천명하며 취임했지만 2년여가 흐른 지금도 진전은 없다.
이번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꺼져가는 노동이사제에 불을 붙였다. 이 후보는 한국노총 방문에서 정기국회 내에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처리를 약속한 가운데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같은날 민주당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소집을 '안전 미정'으로 강행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안건조정위 개최를 신청했다. 야당은 "이재명 하명법이냐"며 반발했다.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경제주체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경영진·지배주주의 입장인 경제계는 회사 발전보다는 근로자 이익만을 주장함으로써 조직 내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돼 회사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기업의 의사결정 단위인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해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고, 경영진·지배주주의 전횡을 견제해 조직 내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아직 문 대통령은 임기 중이고 대선까지는 3개월가량 남았다. 국회 논의 시간은 충분하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활개를 치고 있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또 다시 생계를 잃을 위기에 처한 현 상황에서 이토록 급하게 노동이사제 도입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명분 없이 너무 급하다.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면 그 다음은 민간 기업이 대상이다. 노동이사제는 독일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채택되고 있고, 우리나라와 같은 주식회사 중심의 미국에선 법으로 제정돼 있지 않다. 법안 통과 이전에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인한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보며 국민적인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합의 없는 법안 통과는 '노조기업'을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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