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 혐의 1심서 징역 3년 실형
"대학병원 의사 증인신청"…유족 "책임 전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안면윤곽 수술을 받고 과다출혈을 일으킨 고(故) 권대희 씨를 수술실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전 성형외과 원장 측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대학병원 이송 후 과정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양경승 부장판사)는 1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원장 장모 씨와 마취의 이모 씨 등 4명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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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를 중앙대 병원 응급실로 이송할 당시 피해자에 대한 처치 및 상태와 관련해 중앙대 병원 의사 한 명과 전원(轉院) 당시 동행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피해자 사망에 대한) 과실은 인정하나 과실의 경중과 관련해 입증이 필요하다"며 피해자 진료기록지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증인신청서와 신문사항을 받아보고 검토한 뒤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권씨 어머니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이미 민사소송에서 중앙대 병원에 대한 과실이 없다는 판단이 나왔는데 항소심에 와서 또 중앙대 측에 책임을 넘기려고 하고 있다"며 "과실이 아닌 고의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권씨는 지난 2016년 9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로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장씨 등은 의사로서 환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아 권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2019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에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의료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 사건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유족 측은 재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아닌 살인죄 또는 상해치사죄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검찰은 "검찰심의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피고인들의 당시 조치 등에 비춰 살인이나 상해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공소장변경 신청은 하지 않았다.
1심은 "혈액이 비치돼 있지 않은 시설에서 피해자에게 다량의 출혈이 발생했고 이른바 '공장식 수술 라인'을 돌리느라 수시간 동안 이렇다 할 치료 없이 골든 타임을 놓쳤다"며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또 마취의 이씨에게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500만원, 지혈 조치 담당 의사 신모 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단독 지혈을 시행한 간호조무사 전모 씨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13일 오후 2시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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