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멸공 논란에 난감한 스타벅스
'1호팬' 정용진 리스크에 눈치...불매 영향은 글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8년 만에 커피값을 인상한 스타벅스가 돌연 불매운동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멸공(滅共·공산주의 세력을 멸함)'등의 발언이 정치권의 논쟁으로 번지면서 일부 스타벅스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강력한 브랜드 팬덤을 형성하면서 커피업계 독보적인 1위에 오른 스타벅스가 정 부회장 관련 논란으로 곤혹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멸공' 보이콧vs 바이콧...정치싸움판 된 스타벅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보이콧(Boycott) 정용진'의 1호 표적으로 스타벅스가 지목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멸공'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친여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스타벅스 불매운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클리앙 등 친여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 앱을 지우고 환불을 완료했다', '스타벅스는 더 이상 안 가기 했다' 등 불매운동을 인증하는 글들이 잇따라 게시됐다. 스타벅스 카드 환불 및 회원 탈퇴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거나 '불매기업 목록'으로 스타벅스를 비롯한 이마트 계열사들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불매운동에 대항해 구매운동인 바이콧(Buycoott)도 전개되고 있다.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지지하는 보수진영에서는 '오늘부터 1일 석잔', '갑니다·삽니다 정용진' 등 이미지를 공유하면서 스타벅스 구매운동에 나섰다.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가 돌연 정치싸움에 휘말리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07.26 romeok@newspim.com |
스타벅스는 정 부회장이 1999년 직접 국내에 들여와 성공시킨 브랜드다. 당시 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합작법인으로 설립된 스타벅스는 지난해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도 지난해 매출 1조 9284억원을 달성하는 등 연매출 2조 돌파가 머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 부회장 또한 본인을 '스벅코리아 1호팬'으로 자처할 정도로 스타벅스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다. 정 부회장을 둘러싼 불매·구매운동에서 스타벅스가 1호 대상으로 떠오른 이유다.
◆가격 인상+멸공 논란에 당혹...불매운동 영향은 글쎄
때 아닌 정치 논란에 스타벅스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운 눈치다. 제품 품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문제가 아닌 온전히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에 따른 논란이기 때문이다. 8년 만에 단행한 가격인상 시점과 논란이 맞물리면서 부정적 여론 확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스타벅스는 이날부터 아메리카노를 비한 음료 46종의 가격을 100~400원 인상했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 23종을 400원씩 올리면서 기존 4100원이던 아메리카노 가격은 4500원, 카페라떼는 4600원에서 5000원이 됐다.
가격인상과 정치논란이 맞물리면서 난감해진 스타벅스는 개인컵 사용 혜택 강화하는 등 소비자 달래기에 나선 상황이다. 기존에는 개인컵 이용 시 3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했지만 이날부터 400원을 할인해준다. 개인컵을 이용하면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을 인상 전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사실상 가격인상에 대한 반발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오늘부터 스타벅스 일부 음료 가격이 인상된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아메리카노·카페라떼·카푸치노 등 23종은 기존 가격에서 400원, 카라멜마키아또·돌체라떼 등 15종은 300원 오른 가격에 판매된다. 사진은 13일 오전 서울 시내 스타벅스 매장 모습. 2022.01.13 kimkim@newspim.com |
업계에서는 스타벅스 불매운동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관계자는 "스타벅스는 높은 접근성이나 공간, 맛에 대한 선호 등으로 관성적으로 방문하는 고객이 더 많은 브랜드 중 하나"라며 "일부 불매운동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만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에서 논란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 등 불매운동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업체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오너의 SNS 행보는 회사차원에서 대응하거나 브레이크를 걸기 쉽지 않다는 점이 어려운 요소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글을 게시했다. 최근의 논란이 신세계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는 "나로 인해 동료와 고객이 한 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정당성을 잃는다"며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이다"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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