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이 '오징어 게임' '지옥'에 이어 전 세계 스트리밍 1위를 차지하며 K콘텐츠의 성공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를 제작한 이재규 감독의 최신작이자, 첫 OTT와 협업작이다.
이재규 감독은 7일 온라인 화상 인터뮤를 통해 첫 좀비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만나 젊었던 청춘으로 돌아간 듯한, 행복했던 작업 과정을 털어놨다. 그는 "호러물을 원해 좋아하지 않았다"면서 겸연쩍게 웃었다.
"제가 그다지 잘 즐겨찾지 않는 게 호러물이었어요. 어릴 때 좀 본 거 말고는 거의 즐기지 못했죠. 그 연장선상에 있는 좀비물도 좋아하거나 즐기지는 않았었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 원작을 접하고 좀비물을 공부하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처음 기획한 건 7년 전이었죠. 그땐 '부산행'도 나오기 전이어서 좀비물이 낯선 탓에 주변에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어요. 이후로 좀비물이 성공 거두기 시작하면서 좀 나아졌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 [사진=넷플릭스] 2022.02.07 jyyang@newspim.com |
코로나19로 세계가 멈춘지 어언 2년.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코로나로 익숙해진 '무증상 감염' 같은 용어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 감독은 코로나 이전에 이미 대본에서 낯선 용어들을 보고 당황했던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물론 드라마가 코로나의 수혜를 입은 지점도 없지 않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이 상황을 익숙하게 느낀다는 건 꽤나 안타깝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무증상 감염, 반감염, 격리소 등의 단어들이 코로나 이전에 쓰인 대본이라 보면서도 사람들이 익숙해하지 않던 때가 있었죠. 코로나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 눈 앞에서 펼쳐지면서 익숙해진 부분이 확실히 있어요. 그런 부분은 우리도 놀랍기도 해요. 어쨌든 드라마가 사회의 한 단면을 다루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더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실 수는 있겠다 하는 생각은 했죠."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 신작으로 전 세계 스트리밍 차트 9일째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나 해외에서 관심이 많은 K-좀비물인데다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이색적인 느낌도 흥행에 주효했다. 주변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쏟아질 법하다.
"20년 전에 '다모'를 했을 때랑 10년 전에 '베토벤 바이러스' 했을 때 굉장히 연락을 많이 받았었어요. 좋은 드라마 만들어줘서 고맙고 즐거웠다고. 최근에 그 못지 않게 연락 많이 받고 있어서 기쁘죠. 몇 년간 연락 안하고 잊고 살던 분들도 축하해주시고 그때 느낀 정도로 많은 분들이 반응해주시는 느낌이에요. 넷플릭스 1위는 굉장히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죠. '오징어 게임'이라는 전후무후한 작품이 있었고 또 그게 저희에게 작은 문을 열어줬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후에도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 여러 분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생각인데 우리 작품도 작게나마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요."
앞서 '오징어 게임'과 '지옥'이 그랬듯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단순한 좀비물, 장르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 사회의 문제들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재규 감독은 이 점을 짚으며 "학교는 사회의 거울"이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생각해볼 점을 이야기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 [사진=넷플릭스] 2022.02.07 jyyang@newspim.com |
"항상 어떤 이야기를 하면 표현에서 바로 느껴지는 이야깃거리도 좋지만 더 좋아하는 건 극을 즐기다보면 정서적으로 무언가 느껴지거나 조금 더 자기 자신에 대해, 본인의 삶을 돌아보고 있는 수면 밑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흐르고 있는 작품들이에요. 우리 드라마도 좀비물로서 재밌으면서도 기저에나 다른 이면에는 그래도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들을 담기를 바랐죠.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학교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고 있죠. 사회적인 고민과 반성, 문제제기가 자연스럽게 담기게 됐어요."
이재규 감독은 '지금 우리 학교들'의 흥행세 이유를 '좀비물 선호' '오징어 게임'이라는 두 가지로 들었다. 시리즈가 공개되고 학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치고는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라는 평가도 심심찮게 나왔지만 그의 입장은 확고했다. 또 노란 리본에 잃어버린 친구 이름을 묶어 다는 장면들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도 나왔다.
"원작을 보셨는지 모르지만 훨씬 더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이 나오고 영상화하면서 많이 덜어냈어요.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그 사진을 없애고 싶어했는가 하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요. 불가피하게 필요한 장면이었죠. 단언컨대 더 자극적인 걸 추구한 건 전혀 없었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은 희망을 잃어버렸고 살지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노출돼있고 국가나 조직이 해줄 수 있는 건 별 게 없죠. 그 와중에 책임있는 어른은 보이지 않고. 특정 사건을 연상하실 수는 있겠다 봐요. 세월호를 굳이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으니까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 책임의 부재 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담게 됐어요."
뜨거운 반응에 온·오프라인 상에서는 벌써 시즌2에 대한 얘기가 오간다. 이 감독은 "시즌2는 좀 다른 느낌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자극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30년의 시간을 돌아가서 청년의 마음으로 살아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유난히 '지금 우리 학교는'에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시즌1에서 돌연변이 좀비들이 나오는데 하나는 물렸지만 면역자(immune)들이 있고 귀남이나 은지처럼 심장이 멎지 않은 상태에서 좀비가 된 이모탈(immortal)이 있어요. 두 가지의 돌연변이 좀비에 관한 이야기가 확장이 돼서 대다수의 인간을 위협하는 좀비들과 이뮨과 이모탈의 싸움이 될 것 같아요. 시즌1이 인간들의 생존기였다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거고, 시즌3까지 간다면 대전쟁 같은 컨셉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과거로 돌아가 청년의 마음으로 살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내가 이 아이들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푹 빠져있었고 젊은 배우들의 열정과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죠.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내내 느끼면서 작업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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