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XM3 앞세워 한국지엠보다 1월 판매량 앞서
지난해 수입차 판매 1위 벤츠도 1월 BMW에 뒤처져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난으로 완성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에서 공장 3곳을 가동하는 한국지엠이 공장 1개의 르노삼성자동차에 월간 판매량에서 뒤처지는가 하면 부동의 수입차 1위였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1월 판매량에서 BMW에 밀린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르노삼성차는 내수 4477대, 수출 8837대로 총 1만3314대를 판매했다. 내수 1344대, 수출 1만1567대로 총 1만2911대를 판매한 한국지엠보다 판매량에서 앞섰다.
2022년형 XM3 [사진=르노삼성차] |
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 1곳에서 차량들을 생산하기 때문에 부평, 창원, 군산 3곳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한국지엠보다 생산 가능 물량이 적다. 때문에 보통 한국지엠의 연간 판매량이 르노삼성차보다 2배 이상 많다. 그럼에도 한국지엠보다 월간 판매량이 앞선 것은 수출 효자 상품인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 덕분이다.
르노 그룹은 부산 공장에서 전량 생산돼 유럽으로 수출되는 XM3에 차량용 반도체를 우선 공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XM3는 지난달 7747대가 수출되며 전체 수출 8837대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출 물량 역시 전년 동월 대비 83.2%가 늘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지난달 판매실적을 견인한 것은 XM3로 유럽에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꾸준히 얻고 있다.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르노 그룹 본사 차원에서 반도체를 우선 공급하고 있다"며 "수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본사의 반도체 우선 공급 전략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사진=한국지엠] |
반면 한국지엠은 전월 대비 4.6%, 전년 동월 대비 64.3%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반도체 수급난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 역시 트레일블레이저라는 수출 효자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해 12만대가 수출되며 국내 완성차 수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월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출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형제 차종인 뷰익 앙코르 GX와 함께 지난 1월 5686대 수출됐다. 이는 1월 수출 물량인 1만1567대의 절반 가량에 달하는 물량이지만 월 평균 1만대 이상 수출된 지난해와 비교하면 대폭 하락한 수치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계약도 많이 밀리고 있고 트레일블레이저 등 대표 차량도 생산이 어려워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수입 차종인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역시 글로벌 반도체 이슈와 묶여 있어 물량 수급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도 트레일블레이저에만 반도체를 집중 공급하기 어렵고 수요가 많은 픽업트럭이나 타 SUV 차종을 무시하기도 어렵다"며 "결국 반도체 수급 이슈가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 지난해 월 2만대 판매되기도 했기 때문에 상황이 나아지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BMW 코리아] |
수입차 시장에서도 반도체 수급난의 영향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가 BMW에 1월 판매량에서 밀린 것이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 1월 3405대 팔리며 5550대를 판매한 BMW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벤츠는 지난해 7만6152대를 판매하면서 2위 BMW(6만5669대)보다 1만대 이상을 더 팔았지만 연말 반도체 수급 문제로 BMW에 10월, 11월 판매량에서 뒤처진 바 있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사 차원에서 한국 시장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C-클래스의 경우 상반기에 신형 모델이 나오다 보니 구형의 재고가 없어 더 판매량이 줄어든 면도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월간 판매 1위에 오른 BMW 역시 반도체 수급난 대응이 쉽지는 않은 모습이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의 대외적인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BMW는 최대한 지속적으로 적시에 물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