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공장 문 닫고, 직원 확진으로 납품 기한 못 맞춰
교복 받지 못한 학생 위해 체육복·자율복장 허용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입학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교복을 못 받았다는 게 말이 되나요? 학교에 가면 애들이 교복 반, 사복 반이예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김모(46) 씨는 지난 1월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의 교복을 주문했다. 학교에서 지정한 업체를 통해 동복 한 벌을 맞췄지만 입학식이 가까워지도록 주문한 교복은 오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업체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코로나로 납품 기한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말뿐.
결국 김씨의 아들은 같은 학교에 입학한 친구의 교복을 빌려 학교에 제출할 증명사진을 찍었다. 입학식에는 패딩에 청바지를 입고 갔다. 김씨는 "학교에 교복을 못 입고 가야하는 상황이 너무 황당하다"며 "코로나 때문에 늦어진다고 해도 이렇게 늦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9일 교복판매 대리점주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교복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중·고등학교의 전면 등교로 교복 발주량이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봉제공장 내 확진자 발생 등으로 생산이 늦어지면서 납품 기한을 맞추기 어려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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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새학기 개학을 맞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가기 전 손소독을 하고 있다. 개학날인 이날은 대부분의 학교가 등교수업을 한다. 학생들에게 주 2회 분량의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배분, 사용법을 안내하고 새 학기 학교 운영 방안을 설명한 뒤 조기 귀가시킬 계획이다. 2022.03.02 pangbin@newspim.com |
새 학기를 맞이한 자녀들이 교복을 받지 못하자 학부모들 사이에선 불만이 속속 터져나온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차모(48) 씨는 "처음 교복을 맞출 때 늦어도 2월 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더니 코로나 때문에 늦어진다고 하고, 엊그제서야 오늘 저녁에 받을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며 "코로나 때문에 업체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서모(50) 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씨는 "주문량이 밀려 아직까지 셔츠랑 스커트 밖에 못 받았는데 사이즈 측정을 엉망으로 했는지 셔츠는 팔 부분이 꽉 끼고, 스커트는 허리가 쑥쑥 돌아간다"며 "사이즈 교환을 요구하니 오히려 '기간 이후에는 불가하다'며 거절했다. 소비자만 봉이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반면 교복업체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교복 대리점주는 "작년에 코로나로 문을 닫은 봉제 공장들이 많아 교복을 만들 수 있는 일손이 부족하고 원단도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일부 손님들은 주문한 교복이 늦어지니 '코로나 핑계 대지 말라'고 하시는데 사실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일부 학교는 일정 기간 체육복이나 사복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 있는 학 중학교는 교복을 수령하지 못한 신입생들에게 오는 12일까지 체육복이나 자율복장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복을 받지 못했다는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같은 일이 있어서 신입생들에게 자율복장 안내를 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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