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프랑스 고전비극 정수 라신 원작 현대적 재해석
장 필립 라모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새로운 경험 전달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피아니스트 안종도가 이끄는 '스튜디오 필립안(Studio Philip An)'의 첫번째 문화융합 프로젝트 <페드르(Phèdre)>가 3월 25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한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한불 합작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페드르>는 17세기 프랑스 고전 비극의 정수인 장 라신(Jean Racine)의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여기에 장 필립 라모(Jean-Philippe Rameau)의 음악을 더해서 재탄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울 공연에 앞서 지난 3월 7일 독일 엘브필하모니에서 첫 선을 보이며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2월 24일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진행된 오픈 리허설에 참석한 저명한 현대 음악 작곡가 카롤 베파(Karol Beffa)는 "아름다운 대사와 섬세한 음악이 빚어내는 또 다른 새로운 예술적 언어"라고 평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페드르' 공연 포스터 [사진=스튜디오 필립 안] 2022.03.16 digibobos@newspim.com |
아테네의 왕비 '페드르'가 의붓아들 '이폴리트'를 연모하는 마음으로 인해 파국을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페드르』는 지금도 터부시되는 파격적인 소재로 인간으로서 갖는 개인의 감정과 한 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구성원으로서 발생하는 도덕적 충돌과 혼란스러움 속에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 명작이다. 지난 1962년 영화 <페드라 (Phaedra)>로 만들어져 일대 센세이션을 낳은 바 있다.
라신과 같은 프랑스 바로크 시대에 활약했던 작곡가이자 프랑스 바로크 음악 역사를 집대성하고 완성한 대가인 장 필립 라모의 하프시코드 모음곡은 연극과 더불어 작품의 스토리를 풀어가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전달한다. 특히 라모가 말년에 처음 작곡한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는 라신의 『페드르』 원작을 모티브로 작곡되었을 정도로 라모와 라신의 연결고리는 깊다.
2022년 재탄생하는 <페드르>는 시에 가까운 라신의 원작을 현대적인 언어로 각색해 모노드라마로 무대화하고 비언어적인 요소인 라모의 음악과 결합해 언어와 음악이 갖는 감정의 힘을 극대화한다.
예술감독으로서 총 연출 및 각색에도 참여한 안종도의 지휘 아래 집필과 공동연출을 맡은 프랑스 극작가 클레멍 카마르 메르시에( Clément Camar-Mercier)는 라신이 살던 17세기 사회 시각으로 표현된 페드르를 21세기 가치가 깃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현대적 여성상으로 제시한다.
프랑스에서 연극, TV 드라마, 영화 작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최근 페드르 역으로도 극찬을 받고 있는 배우 라파엘 부샤르(Raphaèle Bouchard)가 무대에 올라 모노드라마를 펼치고, 바로크 음악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깊은 연주자 안종도가 함께 무대에 올라 라모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모음곡들 중 △프렐류드(Prélude) △암탉(La Poule) △이집트 여인(L'Egyptienne) 등을 연주하며 페드르의 극적인 심리를 대변하고 증폭시킨다.
이 밖에 충북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이자 라신 및 프랑스 문학 권위자인 조만수가 한국어 번역으로 참여한다.
한편, 피아니스트이자 하프시코디스트인 안종도는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롱 티보 크래스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및 최고독주상, 최고 현대작품 해석상을 수상하며 유럽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며 유럽 무대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독일 함부르크에 공연 전문 프로덕션 'Studio Philip An'을 설립해 다방면에 걸쳐 활발한 예술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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