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37명 불법촬영 혐의…미국 도주하다 긴급체포
"촬영 고지했다…외장하드 압수절차도 위법" 주장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여러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골프리조트 회장의 아들 권모 씨가 "여성들에게 고지하고 동의를 받았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창모 부장판사는 1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씨와 그의 비서 성모 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수십명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골프 리조트 회장 아들 권모 씨가 2021년 12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11 pangbin@newspim.com |
권씨 측 변호인은 의견서를 통해 성매매 여성에게 동의를 받았고 (촬영에 대한) 고지를 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냈다. 무죄추정의 원칙상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검사가 입증해야 하고 동의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피해자 측 변호인은 일부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1명과는 합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권씨 측은 수사기관의 외장하드 압수수색 절차와 관련해 "압수수색 당시 소유자인 권씨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아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했다. 권씨 본인이 압수수색 절차에 대한 참여권을 포기했지만 이미 선임된 변호인에게 별도의 참여권 고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구속기간이 3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구속기간 만료 전에 가급적 사건을 끝내겠다"며 오는 30일 다음 재판을 열고 추후 심리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앞서 권씨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총 37회에 걸쳐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 또는 여성들의 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는 동영상 촬영기능이 있는 전자기기를 이용해 피해자 37명의 신체를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고 성씨는 일부 피해자에 대한 촬영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몰래 촬영하도록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성씨는 지난해 11월 경 피해자 3명의 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도 있다.
권씨의 불법촬영 의혹은 지난해 12월 한 언론에 보도됐고 미국 국적인 권씨는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다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후 법원은 권씨와 성씨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검찰은 이들을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권씨는 경기도 한 대형 골프 리조트와 기독교계 언론사를 운영하는 기업 회장의 아들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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