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추경 압박하는 尹…文 정부 "현 정부선 불가"
새정부 출범 전후 편성 가닥…6월 지선 전 확정될듯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두고 정부와 인수위 측이 갈등을 빚으면서 또 다른 신구 권력 충돌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회동 때 추경 관련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지만 의견 조율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위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대선 후 첫 회동을 한다.
이날 회동에서는 2차 추경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 측은 '4월 추경'을 압박하고 있지만 예산 편성권을 쥔 현 정부는 2차 추경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정부 임기 내에서 추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 편성은 정부가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어 현 정부의 의지가 필수적이다. 정부가 먼저 추경안을 마련한 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 상임위원회 등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되는 절차를 거친다.
이에 인수위는 추경안 제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 정부가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실제 추경 편성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5월 초 쯤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수위와 재정 당국은 조율 끝에 그 즈음으로 추경 시기를 합의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입장에서는 2차 추경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수위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조달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지난해 말 마련한 본예산을 직접 깎아서 덜어내야 하는 모양새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이에 대한 부담을 계속해서 내비쳐왔다.
인수위가 적자국채 발행 최대한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세출 구조조정 외에 초과세수, 예비비, 기금 여유분 등이 활용될 방침이지만 초과세수분 3조4000억원과 그 밖에 기금 여유분으로 50조원을 채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당초 윤 당선인 측이 주장한 50조원에서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1차 추경이 집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2차 추경을 본격화하기엔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평가다. 통상 추경은 정부가 계획한 예산에서 벗어나 긴급하게 돈을 써야 할 일이 생길 때 편성한다. 1차 추경 편성 때도 "본예산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편성한 추경"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추경 편성 시기는 3월 25일(1차), 7월 24일(2차)였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난 2020년에는 3월 17일(1차), 4월 30일(2차), 7월 3일(3차), 9월 22일(4차) 등 네차례 추경 편성이 이루어졌다.
반면 인수위 측에선 1호 공약으로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앞세운 만큼 2차 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려고 하고 있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해 소상공인 지원금 지급을 서두르려는 속내도 있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 추경안은 국회 심사를 거쳐 통과되기까지 최소한 한달 이상 소요된다. 앞서 역대 최단 기록을 세운 지난 1차 추경 편성 당시 정부는 1월 17일 추경을 공식화한 후 2월 21일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못해도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에는 정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수위 측이 추경 편성을 서두르는 배경이다.
오늘(28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에서도 추경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감사원 감사위원 등 인사권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당초 지난 16일 오찬을 겸해 첫 회동이 예정돼있었지만 양측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자 약속된 시간 4시간 전에 취소됐다. 이후 19일 만에 다시 회동이 극적으로 성사되면서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의 첫 회동 중 가장 늦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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