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영업자 채무 재조정 방안 검토
은행권 "출자금 마련·모럴 해저드 우려"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부실 채무를 탕감해주는 '배드뱅크(Bad Bank)'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서 출자금 마련 부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수위는 코로나19로 경영한계에 봉착한 기업들의 단계적인 정상화 과정을 돕기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할 방침이다. 오는 9월 말 대출 만기 연장 등 코로나19 지원책이 종료될 경우 빚을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이 속출할 것에 대비해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사진은 서울 시중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2022.03.25 pangbin@newspim.com |
앞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들어 장기간에 걸쳐 저금리로 연체된 대출을 상환할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채무 상환 능력을 따져 선제적으로 자영업자의 채무를 재조정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배드뱅크란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채무 재조정을 지원하는 특별기금이나 은행을 말한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부실 채권을 매입하고 은행이 부실 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넘겨 출자하거나 기금에 출연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배드뱅크가 인수해야 할 잠재적 부실채권 규모는 26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자영업자·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만기를 연장하거나 상환을 유예한 대출 잔액은 133조4000억원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중 두 차례 이상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받은 차주는 20%에 해당한다.
관건은 재원 마련으로, 금융권이 재원 조달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보유한 개인사업자대출 채권 중 부실화 징후를 보이는 것들을 배드뱅크에 넘겨 매각대금을 받는 방법이 건전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배드뱅크는 은행 등 채권 금융사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실채권 회수율이 안 좋을 경우 은행이 고스란히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은행 관계자는 "배드뱅크에 자체적으로 채무 구조조정과 채권 상각 방안을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돈을 안 갚아도 된다는 모럴 해저드, 성실히 채무를 갚던 채무자들과의 형평성 부족 등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실히 빚을 갚아온 차주들이 느낄 박탈감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또 원금과 이자를 탕감해주는 혜택이 지속되면 모럴해저드 현상이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