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설경구가 넷플릭스 영화 '야차'로 첩보 액션 장르에도 도전했다. 코로나로 영화계가 어려운 중에도 '자산어보' '킹메이커'에 이어 이번엔 넷플릭스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설경구는 1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넷플릭스 '야차' 인터뷰에서 새로운 작품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이와 함께 코로나 내내 고생하며 촬영했던 과정을 돌아봤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영화 '야차'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 [사진=넷플릭스] 2022.04.13 jyyang@newspim.com |
"제 작품에 평가가 후한 편은 아니라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정말 할 일이 많은 영화였거든요. 프리 프로덕션 때부터, 찍는 과정, 장소섭외 등 쉬운 일이 없었어요. 아파트 내부만 해도 안방은 대만이고 건넌방은 울산이고 거실은 대전에서 현관 중문은 정선이고 장소가 다 찢어져 있었거든요. 극장 개봉을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OTT를 통해 다양한 다른 나라에서 공개된다는 게 신기하고 궁금한 상태예요."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계는 물론 전 세계가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왔다. 그 와중에도 설경구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 변성현 감독과 '킹메이커'를 선보이며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이번에도 넷플릭스 '야차'와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로 쉼 없이 극장가의 문을 두드린다.
"그동안 완전히 상업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간 지점에 있는 영화를 많이 해온 것 같아요. '야차'는 과정도 재밌을 것 같았지만 결과를 생각했을 때 조금 편하게 생각했어요. 맘 편하게 오락영화로 즐길 수 있겠다 싶었죠. 물론 생각보다 과정이 너무 고되긴 했지만요. 순탄치 않았던 과정을 보내온 것에 존경을 보내고 싶어요."
'야차'에서 설경구가 맡은 지강인은 국정원 해외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과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리더로 누가봐도 깊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인물이다. 설경구는 "감독님께 땅에 발을 대고 해달라고 할 정도였다"면서 지강인의 '매력 몰빵'에 약간의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영화 '야차'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 [사진=넷플릭스] 2022.04.13 jyyang@newspim.com |
"그동안 제가 대놓고 멋있었던 캐릭터를 많이 한 건 아니에요, 그나마 '불한당'의 한재호가 그래 보였을 순 있죠. 근데 사실 걘 나쁜놈이잖아요. 되게 이기적이고 조현수를 만나면서 좀 변한 거죠. 멋있는 애는 아니고 범죄자인데. 지강인은 오히려 모든걸 다 가능하게 하는 전지전능한 사람같아서 조금 부담이 되긴 됐죠. 감독님께 현실에 발 붙이게 해달라고 할 정도로요."
그 탓일까. 사람을 잡아먹는 '야차'라는 명성에 걸맞게 더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표현됐으면 좋았겠단 감상평도 심심찮게 나왔다. 설경구는 그 부부에 동의하며 약간의 아쉬움을 표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좀 더 잔인하고 무자비하고 이 사람의 행동이 불안해보였음 어땠을까 싶죠.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캐릭터였다면 더 긴장감이 들지 않았을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면을 더 살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감독님이 워낙 할일이 많으셔서 더 얘길 많이 못한 게 조금 아쉬워요. 좀 더 입체적이고 긴장감있고 예상 못하게 찍었다면 더 풍부하게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들죠."
전작인 '킹메이커'와 '야차'는 장르도 색깔도 캐릭터도 다르지만 비슷한 결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면도 있다. '킹메이커'에서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을 두고 대립했던 김운범, 서창대처럼 '야차'에서는 한지훈(박해수)과 지강인이 그런 면에서 차이점을 가져간다. 이 부분에 대해 설경구는 "'킹메이커' 개봉 때 '야차'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영화 '야차'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 [사진=넷플릭스] 2022.04.13 jyyang@newspim.com |
"김운범과 서창대도 목적은 같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과 목적을 위해 수단도 정당해야 하는 부딪힘이 있었죠. 그땐 신념이 대립했다면 한지훈과 지강인은 단지 서로 티격대는 걸로도 느껴져요. 좀 가벼운 느낌이죠. 나중엔 지강인도 한지훈의 방식으로 넘겨주면서 영향을 받은 지점도 드러나고요. '야차'가 극장개봉 못했지만 월드와이드로 동시 공개된다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아쉬움을 덜 수도 있죠. 박해수 씨의 영향으로 '오징어 게임' 이후 주목을 받지 않을까요. 하하. 해수 씨와 '오징어 게임'에 감사드립니다. 촬영할 땐 이럴 줄은 몰랐죠."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 '지천명 아이돌'이란 말이 나오자 설경구는 모처럼 환히 웃었다. 변성현 감독과 함께한 영화 '불한당' 이후로 얻게 된 귀한 칭호다. 최근 넷플릭스 '마이네임'으로 그 자릴 넘보는 배우 박희순을 언급하자 또 한차례 웃음을 터뜨렸다.
"딱 지천명의 나이에 '불한당'이 개봉하면서 팬들이 그 별명을 지어주셨는데 감사할 따름이죠. 오십 평생 살면서 그런 이야기를 언제 들어봤겠어요? '불한당' 정말 이래저래 사랑하는 영화입니다. '마이네임' 박희순 씨도 한재호랑 은근히 닮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런 캐릭터에 붙는 수식어 같기도 해요. 박희순 씨 견제는 전혀 안합니다. 아마 요즘 아주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하하. 이렇게 비대면 인터뷰가 익숙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들기도 하네요. 곧 팬들도 기자 분들도 직접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