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총재 부재 속 한은 금통위 개최
인플레이션 우려‧미국 강한 긴축 예고
사상 첫 '총재 공석'이 금리인상 변수
전문가 "이달 동결 후 5월 인상" 전망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사상 처음으로 총재가 참석하지 않는 기준금리 결정 회의가 열린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 국고채 금리 상승, 미국 중앙은행의 빨라진 긴축 등 금리인상을 해야 할 이유는 많다. 하지만 전문가 대다수는 '총재 부재'를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어, 시장의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0%가 오는 14일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절반은 동결을 전망했다. 4월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채권시장 전문가들이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줄곧 제로(0)금리를 유지하던 한은은 지난해 8월을 시작으로 11월, 올해 1월까지 금리인상을 단행해 현재 연 1.25%까지 올렸다. 시장은 한은이 올해 1.75~2.00%까지 금리를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최근에는 대내외 경제상황으로 2.5%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내외 경제 상황을 보면 이같은 시장의 기대는 무리가 아니다. 지난달 통계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상반기의 경우 부득이하게 한은의 예상(3.1%)보다 높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오는 5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예고하는 등 긴축 강도가 강할 것이란 전망도 한은 금리인상에 힘을 싣는다. 시장의 국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해 상승하고 있다. 최근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10년만에 '연 3%'를 넘어섰고 국고채 30년물과도 금리가 역전됐다.
[서울=뉴스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사진=한국은행] 2022.01.14 photo@newspim.com |
하지만 총재 공석이 이달 기준금리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통위는 총재 공백 상태로 진행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19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한은법에 따라 반장인 주상영 금통위원이 의장을 대행해 주관한다. 한은이 총재 없이 금통위를 진행하는 것은 금통위 의장을 겸직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금통위는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이 다수결로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대외 악재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는 것도 고려 요인이다. 기준금리 상승은 이자 부담이 불가피하고, 소비 위축 등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달 금리를 동결하고 총재 취임 후인 5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 후보자도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취임 직후 지체없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5일은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 발표일로, 미국의 연내 긴축강도와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향후 연준 통화정책 방향성을 확인한 뒤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도 있을 것 같다"며 "다음달 24일 금통위가 예정됐으니, 이달 인상하는 것을 쉬어간다고 해도 큰 영향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금통위에선 1~2명이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외 여건을 확인한 뒤 기준금리를 올려도 늦지 않다는 판단으로, 이번 동결 결정이 정책 실기론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총재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점과 한은의 (미국에 앞선) 선제 금리 인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높은 물가 흐름이 나타남에도 4월보다는 5월에 수정경제전망 발표와 함께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4월 만장일치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이 후보자가 취임하고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5월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지만, 4월 인상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만장일치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3차례 금리 인상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주상영 위원이 의장 역할을 대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