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위 오른 이후 16년 만에 2위로
"외형적 성장에 안주하지 않을 것"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SK그룹이 재계 2위에 올랐습니다. 2006년 LG그룹을 제치고 3위에 오른 후 16년 만입니다. SK그룹의 약진에 현대자동차그룹은 3위로 밀려났습니다.
원동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혁신)라고 봐야 합니다. 최 회장의 딥 체인지에 재계의 이목이 쏠립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7일, SK그룹이 공정자산 기준 자산 규모 국내 2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산총액이 2021년 말 기준 291조9690억 원으로, 1년 전(239조5300억 원)보다 52조4390억 원(21.9%) 늘며 현대차(257조8450억 원)를 앞섰다는 것이지요. 자산총액 상위 5개 기업집단 내 순위가 바뀐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입니다. 2006년 이후 16년 만에 3위에서 2위로 1단계 올라섰고, 자산규모는 54조8000억 원에서 5.3배 불어났습니다.
SK하이닉스 이천 M16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
SK의 자산 2위 도약 배경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산업분야에 과감히 투자를 단행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했기 때문입니다. 또 ESG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기업분할 및 기업공개로 기업가치를 키운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모두가 최 회장의 딥 체인지 경영철학에 기반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들 수 있습니다. 인수 이후 SK하이닉스는 청주 M12를 시작으로 2015년 M14(이천), 2018년 M15(청주), 2021년 M16(이천) 등 국내에 4개 공장을 증설하는 동시에 연관 산업인 반도체용 특수가스(SKMR)와 웨이퍼(실트론) 회사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했습니다.
그 결과 반도체 생산 인프라가 탄탄히 구축된 바탕에서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실적이 성장(매출 증가 등),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면서 자산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죠. 반도체 분야에서 매출(실적) 상승(11조 원) 및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10조 원) 등 20조9000억 원이 늘었습니다. 반도체 관련 3개 계열사 자산은 인수 시점 21조 원에서 2021년 말 89조5000억 원으로 4배 가량 증가했구요.
SK가 ESG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재편하면서 관련 투자를 늘린 점도 자산증가에 한몫했습니다. 이는 2016년 확대경영회의에서 최 회장이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딥 체인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SK 관계사들이 ESG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면서 나타난 결과들입니다.
투자형 지주회사로 전환한 SK㈜의 ESG 및 바이오 분야 투자, 수소기업으로 전환한 SK E&S의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투자,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한 SK에코플랜트의 환경관련 기업 인수·합병, 그린에너지와 바이오기업으로 변신한 SKC와 SK케미칼의 설비 투자 등이 증가하면서 이들 계열사의 자산은 딥 체인지를 선언한 2016년 말 31조4000억 원에서 2021년 말 47조6000억 원으로 16조2000억 원 늘었습니다. 자연스레 SK그룹의 자산도 같은 기간 170조7000억 원에서 292조6000억 원으로 121조9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그룹 계열사 역시 작년 말 186개로 한 해 전보다 38개가 많아졌는데, 발전업과 폐기물 처리 회사 등 친환경에너지 회사를 설립·인수한 영향입니다.
기업공개와 기업분할에 따른 투자금이 유입되면서 자산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졌습니다.
SK바이오팜(2020년 7월), SK바이오사이언스(2021년 3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2021년 5월), SK리츠(2021년 9월) 등 최근 2년간 4개 계열사 상장에 따라 자산 4조 원이 늘었습니다. SK쉴더스를 비롯해 SK에코플랜트, 원스토어 등 앞으로도 대어급 IPO가 예정돼 있어 지속적인 자산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더해 SK온과 SK어스온, SK멀티유틸리티 등 물적분할(7조9000억 원), SK스퀘어 인적분할(7조1000억 원) 등 기업분할을 통해 자산 15조 원이 불어났습니다.
SK그룹 측은 "자산 규모와 같은 외형적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기업가치나 사회적가치(SV), ESG와 같은 핵심 지표를 높이는 데 앞장서 주주, 투자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