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 '국정과제 이행계획서'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은행 2~3곳 추가
카뱅 및 시중은행 거래소 제휴 관심 고조
업비트 쏠림에 제휴 이득 크지 않아 고심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기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고, 가상자산 실명계좌를 발급할 은행을 2~3곳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제휴 효과를 재현하기 위해 은행권의 거래소 옥석가리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올해 안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마련하고 내년까지 법을 제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이와 별도로 국제기구와 주요국의 규제 논의 동향을 반영한 정부안을 만들 방침이다. 내년까지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킨 뒤 이 법이 시행되는 2024년에는 관련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마련한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계좌 발급기관도 확대된다. 현재 NH농협은행(빗썸‧코인원), 신한은행(코빗), 케이뱅크(업비트), 전북은행(고팍스) 등 4개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 계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기에 2~3개 은행을 추가한다. 인수위는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실명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을 확대해 디지털자산 거래계좌와 은행의 연계를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혁신, 도전, 미래" 2022 가상자산 컨퍼런스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2022.01.20 photo@newspim.com |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에서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제휴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코인원 등 주요 거래소들과 가상자산 스터디 차원의 킥오프 미팅을 가지기도 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다양한 제휴, 협업으로 고객이 다양한 자산을 보유, 관리할 수 있도록 상품과 서비스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을 어떻게 서비스나 비즈니스로 제공할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가 공식적으로 가상자산 사업에 긍정 입장을 표하면서 업계서는 카카오뱅크가 머지않은 시일 내에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스뱅크도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검토 중이지만, 출범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당장 사업에 뛰어들기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최근 은행권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한 '은행업계 제언 보고서' 초안에서 가상자산 서비스 진출을 허용해달라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자금세탁방지 등 여러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제휴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은 제2의 '케이뱅크-업비트 효과'가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2020년 6월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이 본격적인 호황기를 맞으면서 2021년 한 해 동안 수신 잔액이 세 배 이상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예수금은 7조5722억원 늘었고 이 중 법인 예수금 증가액이 5조5619억원에 달한다. 늘어난 수신 잔액의 절반 이상이 업비트로 유입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계좌개설 고객은 지난 3월 기준 750만명을 웃돌았는데, 이 중 498만명이 지난해 개설한 순증 고객이었다.
정부의 코인 은행 확대 소식에 은행권과 가상자산업계 모두 일단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제휴를 추가로 허가해 준다면 많은 은행들이 거래소 유치를 경쟁적으로 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업비트 쏠림이 과도한 상황에서 거래소 계좌 제공시 얻을 수익이 한정적으로 보여, 수익보다 은행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면 예상보다 큰 관심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 겸 한국핀테크학회장은 "지금까지 몇몇 거래소만 은행의 계좌를 받는 시스템이라 독과점 체제라는 말이 있었다"며 "정부의 은행 확대로 가상자산 산업에 더 많은 거래소들이 참여를 해 활발하게 된다면 보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