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바이오 중심 美 현지 투자
10년간 6.5조 투자...상당수 미국에 투입
라인 증설·현지법인 설립으로 공급망 기여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대규모 미국 투자를 결정했다.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소재와 바이오 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모두 6조5000억원으로 이 중 상당수가 미국 현지 생산라인 구축에 투입될 예정이다.
배터리와 바이오 공급망이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시기적절한 투자라는 분석이다. 오는 21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환영만찬에서 추가 투자 계획이 나올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와 바이오 사업에 초점을 맞춰 미국 현지 투자에 나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
지난 19일 '2030 비전'을 발표한 롯데케미칼은 미국 배터리 소재 법인 진출을 공식화했다. 롯데케미칼은 올 상반기까지 미국 내 전지소재 사업을 총괄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 중 배터리 소재 사업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은 롯데케미칼이 처음이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사업에 총 4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60% 가량을 미국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목표 매출액은 5조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LiB) 4대 소재 솔루션 분야에서 4조원,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1조원이다.
롯데케미칼은 미국·캐나다·멕시코협정(USMCA)이 발효되는 2025년까지는 현지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USMCA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서 수출할 경우 부품의 75%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해야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차세대 배터리 사업도 확대한다. 리튬메탈 음극재, 액체전극, ESS 배터리 등의 자체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유망업체 발굴 및 지분투자를 통해 배터리 사업 다각화를 선제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전지소재사업단장은 "전기차 수요 증가와 배터리 제조사의 현지 진출 확대 등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라며 "기술 보유기업의 인수합병(M&A), 합작사 설립, 롯데그룹 계열사 간 협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속도감 있게 사업 기반을 확대해 미국 배터리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BMS 시러큐스 공장 전경 [사진=롯데] |
이달 롯데지주 산하에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현지 생산공장을 인수,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진출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13일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 인수를 의결했다. 인수 규모는 1억6000만 달러, 우리돈으로 약 2000억원이다.
롯데는 신성장동력으로 밝힌 바이오 의약품 사업에 향후 10년간 약 2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바이오 사업 역시 투자 계획의 상당수가 미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 공장 운영과 바이오 제약사가 밀집된 북미 지역 판매 영업을 위한 미국 법인 설립하고 10만 리터 이상 규모의 생산 공장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항체 의약품 CDMO 사업 확장은 물론 완제의약품(DP)과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롯데가 현지 공장을 인수한 이유는 까다로운 현지 인허가 과정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임과 동시에 까다로운 식품의약국(FDA)의 검증을 넘어야 해 진입장벽도 가장 높은 곳이다. 국내 대표적인 제약사 중에서도 FDA 장벽을 넘어 북미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많지 않다. BMS의 탄탄한 현지 인력과 기술로 기술이전, 시험생산, 규제 기관 허가 등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항체 의약품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신동빈 회장은 "BMS 시러큐스 공장의 우수한 시설과 풍부한 인적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롯데와 시너지를 만들어 바이오 CDMO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