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및 아프리카 난민 양산해 유럽 혼란 일으키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아가 전 세계적 기근을 일으키려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자 논평에서 푸틴이 전 세계 수천만 명을 굶주리게 하고 있으며, 올해와 내년 다수의 개발도상국이 대규모 기근을 마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식량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러시아군이 흑해를 봉쇄하고 오데사 항을 통한 곡물 수출도 가로막고 있어 글로벌 식량 가격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고 식량 불안 위험에 처한 인구도 2억7600만명으로 2019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뤼디거 폰 프리치 전 러시아 주재 독일 대사도 지난 주말 독일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크렘린의 목표는 대규모 난민 유입을 통해 유럽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푸틴은 곡물 공급이 끊기면 과거 전쟁의 공포를 피해 유럽으로 향한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처럼 중동과 아프리카의 굶주린 사람들도 유럽으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은 새로운 난민 유입을 통해 유럽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정치적 압력을 강화함으로써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포기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알라 스토야노바 오데사 부지사 역시 영국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빈국들이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입하지 못해 굶어 죽게 함으로써 전 세계를 상대로 협박을 하는 것이 푸틴의 목표"라고 말했다.
오데사 항에서만 2500만톤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중단된 상태이며, 우크라이나 항구가 조만간 다시 개방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과 8월에도 우크라이나 곡물을 선적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스토야노바 부지사는 식량 부족과 일부 국가에서의 기근 사태로 전 세계 난민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달아난 난민들로 유럽 내 난민 위기가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제3국에서의 기아 사태로 추가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우크라이나 항만이 재개방되지 않는 한 전 세계가 굶주림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이후 전 세계 극심한 기아를 겪는 인구는 2억7600만명에 가까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면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포함해 기아 인구가 4700만명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목요일 예멘과 나이지리아, 남수단, 에티오피아가 곡물 수출 중단으로 인한 식량 부족 위기가 가장 극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