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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주의 사회] ① 내 돈 아니니 회삿돈도 공금도 '슬쩍'

기사입력 : 2022년05월29일 07:00

최종수정 : 2022년05월29일 07:00

올 상반기 횡령 피해 추정 금액 3245억원
은행도 횡령 범죄 못 피해, 우리·신한·새마을금고 줄줄
허술한 내부 통제장치 보완해야 범죄 줄일 수 있어

[편집자] 최근 기업에서 새마을금고까지 적게는 수 십억원에서 많게는 수 천억원대의 횡령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적발될 것을 알면서도 이같은 대규모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한 코인투자 등 한탕주의가 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횡령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선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내부 자금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뉴스핌은 잇단 횡령사고의 원인을 짚어보고 향후 대안 마련을 위한 기획물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오스템임플란트 2215억원, 계양전기 246억원, 우리은행 614억원, 아모레퍼시픽 35억원, 새마을금고 40억원.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횡령 사건들이다. 기관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내부 직원이 거액을 빼돌리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한탕주의'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발생한 횡령 사건은 총 1만3269건이다. 이중 5731건만 검거돼 검거율(43.1%)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찰 한 관계자는 "횡령 사건은 상대적으로 수사 기간이 길고 피해자가 뒤늦게 피해 사실을 인지해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 발생한 횡령 사건들 대부분 그러하다"고 전했다.

◆ 수억원 빼돌려도 회사는 수년간 몰라

올해 발생한 횡령 사건의 공통점은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재무·회계팀 직원이 회사 눈을 피해 범죄를 저지르고 ▲횡령한 돈을 주식, 가상화폐 등 자산 증식에 사용한 점 ▲내부 문서를 허위로 꾸미거나 조작했음에도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회사 측이 뒤늦게 알아차리는 점 등이다.

지난 1월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오스템임플란트 재무관리팀장 이모(45) 씨는 2215억원을 빼돌려 주식, 부동산 등에 사용하다가 꼬리가 잡혔다. 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동구청 공무원 김모(47)씨도 주식, 암호화폐 등에 투자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국내 화장품 기업 클리오에 이어 2위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에서도 직원이 회삿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클리오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1년간 홈쇼핑 화장품 판매업체에서 받은 대금 일부를 개인 통장으로 입금하는 수법으로 18억9000만원을 횡령한 영업부서 직원을 해고 조치하고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재무팀장이 회사 자금 2215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해 주식 거래가 중단된 오스템임플란트의 제25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 마련된 오스템임플란트 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2022.03.31 hwang@newspim.com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내부감사에서 회삿돈 35억원을 빼돌려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 불법 도박 등에 탕진한 직원 3명을 해고했다. 이들은 거래처에서 상품을 공급하고 결제대금을 착복하거나 허위 견적서 또는 세금 계산서를 발생하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했다. 해고된 직원 중에는 아모레퍼시픽 전직 대표의 아들도 포함됐다.

◆ 하다하다 은행까지, 내부 통제시스템 '구멍'

자금 관리에 가장 엄격해야할 은행에서도 횡령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에서 에서 발생한 횡령·유용 사고는 86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16건, 우리은행 15건, KB국민은행 11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피해금액은 150억원으로 하나은행 82억원, NH농협은행 29억원, 우리은행 27억원, 신한은행 7억원, KB국민은행 3억원 수준이다.

최근 재판에 넘겨진 우리은행 직원 전모(43)씨는 6년간 회삿돈 614억원을 인출한 뒤 주식 등에 사용했고, 신한은행 부산 모지점에서는 직원이 2억원의 자금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과 감사위원회,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갖추고 있음에도 횡령 사건을 막지 못한 셈이다.

2금융권도 횡령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신규 고객이 맡긴 돈을 기존 고객의 만기예금으로 상환하는 일명 '돌려막기'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50대 과장급 직원 A씨를 지난달 직무에서 배제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뒤늦게 횡령 사실을 인지한 새마을금고는 부랴부랴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2005년부터 2021년까지 회사 감시망을 피해 빼돌린 금액은 무료 40억원. 이중 고객들에게 변제되지 않는 금액은 11억원에 달한다. 새마을금고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고객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 시스템이 허술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시중은행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감사실을 운영하고 있으에도 횡령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유명무실한 형시적 시스템에 불과했다는 의미"라며 "금융감독권의 감시·감독 체계 마저 무용지물이었던 만큼 감독체계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와 전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왼쪽)과 친동생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우리은행 직원의 친동생인 전 모씨는 횡령액 일부를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개발사업에 투자 받은 공모 혐의로 구속됐다. 2022.05.06 hwang@newspim.com

전문가들은 횡령을 줄이려면 ▲감시 체계 활성화 및 운영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포상금 등 내부 고발 유인 확대 ▲횡령·배임 양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호 자본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가 불러일으킨 파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대규모 횡령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제도 보완 방안 검토를 주저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금융업은 타인의 돈을 빌려 사업하는 것이 본질인만큼 그걸 견제할 수 있는 국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간사는 "미국은 횡령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벌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엄격하게 한다"며 "우리의 경우는 대표를 포함해 이사, 법인이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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