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주소 서로 달리 조합해 감시 눈 피해
같은 주소도 갖가지 방법으로 달리 표기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마스크 대란'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유행 초기, 쿠팡에서 마스크 판매제한 방침의 허점을 이용해 KF94 마스크를 대량구매한 30대 남성이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마스크들을 산 값보다 비싼 값에 재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2부(김동현 부장판사)는 1심에서 업무방해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37)씨의 항소를 지난달 12일 기각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이 법원 형사7단독(박소연 판사)은 A씨에게 위와 같이 선고하고 재판매수입 2228만원 상당의 추징을 명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2월, 쿠팡에서 마스크를 한 번에 2박스 이상, 가구당 월 400매 이상 살 수 없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그 달 3일부터 26일까지 511회에 걸쳐 KF94 마스크를 1만2720매 샀다.
당시 쿠팡은 판매제한 개수 이상 살 수 없도록 시스템상 제한을 설정하고 매크로 대응 보안팀도 뒀다. 구매자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계정·IP·주소지·연락처 등을 대조해 동일 가구의 거래로 판단되는 비정상 거래를 취소시키거나 해당 IP의 접근을 차단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교묘하게 피했다. 지인 등으로부터 10개 정도의 계정과 5개 정도의 주소를 구해 다양하게 조합해 서로 다른 사람이 구매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주소를 입력할 때도 같은 주소를 가능한 한 다양한 방법으로 표기해 해 감시의 눈을 속였다. 이렇게 해서 쿠팡 담당 직원들로 하여금 마스크를 한 사람, 한 가정이 규정 이상을 구매하는 게 아닌 여러 사람, 여러 가정이 정상적으로 구매하고 있다는 것으로 오인, 착각하게 해 규정 이상의 마스크 구매를 승인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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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 전경 2022.04.20 yoonjb@newspim.com |
2심 재판부는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전국적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한 상황에서 마스크를 공정하고 저렴하게 판매하고자 한 피해자 회사의 업무를 위계로써 방해한 것으로 그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를 재판매해 얻은 이익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도 "자신의 경제적 이익 추구를 위해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실수요자의 구매경로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아무런 형사처벌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양형에) 고려했다"고 1심 재판부는 설명했다.
A씨 측은 2228만원 상당의 추징 명령에 대해 "실제 판매수익은 500만~6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쿠팡으로부터 발각돼 주문취소된 마스크 수량이 1/3 정도 되고, 마스크 구매 비용을 빼면 계산이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에게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했다.
yoonjb@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