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종합지수, 한 달 반 여 만에 3200선 회복
해외자금 대거 유입, 6일 하루에만 2조 원 이상
'리오프닝' 기대감 속 지나친 '낙관' 경계 목소리도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이달 들어 중국 증시로의 외자 유입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빅테크(거대 기술기업)·교육 등 일부 업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여파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중국 증시가 '최악의 시기'에서 벗어나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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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대표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6일 전 거래일 대비 1.28% 상승한 3236.37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상하이종합지수가 3200포인트 대를 회복한 것은 4월 25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7일에도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0.17% 오른 3241.76포인트로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달 7일까지 5거래일 중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상하이·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봉쇄 조치가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전방위적인 부양 조치를 발표하면서 경기 회복 전망이 대두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은 외국인 투심도 자극하는 모양새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은 2·3·4월의 변동성 장세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6일 하루에만 후강퉁·선강퉁을 통해 112억 5500만 위안(약 2조 1168억 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입하며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앞서 5월 후강퉁과 선강퉁을 포함한 북향자금(北向資金, 홍콩을 통한 A주 투자금)이 170억 위안의 순매수를 기록한 데 이어 6월 들어 외자의 중국 증시 매수 행보가 더욱 빨라지면서 이달 5거래일 동안 순유입된 북향자금만 200억 위안을 넘어섰다고 디이차이징은 전했다.
앞서 지난 1월 27일부터 3월 25일까지 후강퉁과 선강퉁을 통해 137억 달러의 자금이 중국 증시를 빠져나갔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최초 발발한 2020년 초 이후 최대 순유출을 기록한 것이다. 이 기간 우크라 사태가 정점으로 치닫고 중국 각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확산한 것, 상하이가 4월 지역 봉쇄를 선언하며 공급망 혼란을 초래한 것, 미 연준(FED)이 통화정책에 대한 강경 입장을 피력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외인 자금이 썰물처럼 빨려나가며 중국 증시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연초 이후 5월 말까지 상하이종합지수는 13% 가량 하락했고 CSI300지수는 17% 밀려났다.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4월 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상하이종합지수와 CSI300지수 낙폭은 각각 23%, 20%까지 벌어진다.
2조 유로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Amundi)의 빈센트 모티에(Vincent Mortier)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나타난 A주로의 외자 유입세에 대해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지금이 시장에 복귀할 적기"라며 "현재 피로한 상태의 가격은 증시나 신용대출 시장 모두에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지난해 이후 교육·게임 등 업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했고 그로 인해 관련 테마주들의 주가가 하락했다"며 "일부 외국계 기관들이 '투자 불가' 등급을 부여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우려는 이미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이 미국의 다음 금융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관점에 용감히 맞서야 한다. 우리는 중국이 그러한 문제에 휘말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은행 롬바도 오디에(Lombard Odier)의 스테판 모니에(Stephane Monier) CIO는 "우리는 중국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며 "중국 증시 하락을 유발했던 요인들에 반전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도시 봉쇄, 그로 인한 공급망 혼란 가중으로 주요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이전, 중국이 '제조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전망 역시 중국 경제 및 증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었다. 도시 봉쇄로 인한 충격을 경험한 애플이 생산라인의 '탈(脫) 중국'을 선언한 이후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이 아이폰 일부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길 것이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UBS 차이나 리즈잉(李智穎) 중화권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제조 분야에서 중국의 주도적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거대하고 여전히 성장 중인 소비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 선진 제조 인프라와 물류시스템·숙련된 노동력 등을 고려할 때 다국적 제조 업체들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진=디이차이징(第一財經)] |
◆ 하반기 전망은 엇갈려
중국 증시의 하반기 흐름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수익'에 민감한 외자가 밀려들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A주가 반등 구간에 진입했다는 긍정적 견해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관측도 상당하다.
상하이 소재 사모펀드사 위더인베스트먼트(煜德投資) 리허(李賀) 사장은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락 리스크가 충분히 방출됐다"며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고 부양조치가 계속해서 나옴에 따라 앞서 낙폭이 컸던 섹터를 중심으로 증시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상하이신탁과 JP모간이 공동 설립한 펀드운용사 상터우모간(上投摩根)은 상하이종합지수가 3100선을 회복한 이후에도 "A주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20일 기준 상하이종합지수의 주가수익배율(PER)은 12.24배로 최근 10년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대 수준이라며 투자 가치가 확실하다는 게 상터우모간의 판단이다.
반면 '신중론'을 펼치는 일각의 주장에도 귀기울일 만 하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회사 풀러턴 펀드매니지먼트(Fullerton FundManagement)의 로버트 클레어(Robert St Clair)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반드시 (증시의) 반등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며 "이는 외부 환경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하이 등의 생산 활동 재개가 대형 호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부동산 업계의 디폴트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도 중국 증시 반등의 저해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달 31일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여전히 판매 부진과 융자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 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모간스탠리의 왕잉(王瀅) 중국 시장 전문 스트래터지스트는 "이달 1일 상하이의 조업 재개 소식이 '촉매제'가 되어 A주 투심이 살아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 자체에만 영향을 미칠 뿐 펀더멘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것을 조언했다.
그는 5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여전히 경기의 위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제조업 경기가 6월 이후 살아난다 하더라도 서비스업의 불경기는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기업들의 수익이 더 큰 하향 압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제조업 PMI는 49.6으로 전달의 47.4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경기 위축세가 다소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같은 달 서비스업 PMI는 4.14로 집계됐다. 전달의 36.25보다는 높아진 것이지만 기준선인 50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한편 중국 대형 증권사 중진공사(中金公司)는 하반기 A주 투자를 겨냥한 '키워드'로 '안정'을 꼽았다. 현재 증시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당초 예상보다 복잡하다며 하반기에도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진공사는 "하반기에는 '어떻게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것인가가'가 투자의 주제가 될 것"이라며 "증시 상승을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촉매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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