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오는 12월로 6개월 유예
라벨 스티커 구매·부착·공간 마련은 자영업자 몫
"환경부와 프랜차이즈 본사가 만든 불합리한 구조"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정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오는 12월로 돌연 연기한 가운데 정부와 프랜차이즈 본사가 일회용컵 문제를 책임지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과 일회용컵 보증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모임 컵카디언즈는 10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더종로R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 피해 없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촉구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음룔를 일회용컵에 담아 구매할 때 소비자에게 보증금 300원을 받고, 컵 반납 시 돌려주는 제도다. 일회용컵 재활용률을 높이고 무분별한 사용을 줄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보증금제는 이달 10일부터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등 매장 수가 100개 이상 되는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 3만8000여개 매장에서 시행될 예정있으나 자영업자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유예 요구 등으로 6개월 뒤인 오는 12월 1일로 연기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영업자들과 컵가디언즈 활동가들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 결정이 내려진 뒤 지난 22일부터 전날까지 2주간 길거리에서 모든 일회용컵 6000개를 쌓아두고 발언에 나섰다. 산처럼 쌓인 일회용컵 대부분은 카페 프랜차이즈에서 나왔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10일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열린 소상공인 피해 없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촉구 기자회견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쓰줍인' 리더 박현지 씨가 버려진 일회용컵에 사람이 파묻힌 모습을 구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2022.06.10 kimkim@newspim.com |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카페 운영하는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경을 보호하고 지켜나가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몸소 앞장서 실천하고 싶다"며 "이 불합리한 구조는 환경부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협의로 만들어져 이해 당사자인 가맹점주가 철저히 배제됐다"고 말했다.
컵가디언즈 활동가인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사무국장은 "환경부가 의지가 있다면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으로 카페 사장님만 고통받지 않도록 프랜차이즈 본사와 소비자 모두 고통을 분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컵가디언즈에서 활동하는 방송인 줄리안씨도 "벨기에서는 일회용품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스타벅스의 인기를 시작으로 일회용컵 사용이 많아졌다. 그렇다보니 한국이 최초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도입하게 됐는데, 전세계적으로 모범을 보일 기회"라고 말했다.
이들은 "프랜차이즈 본사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책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정부는 대기업을 비호하기에 급급하지 말고 카페 사장님들만 책임을 떠안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증금제 시행을 위한 로드맵 공개 ▲ 가맹점주 지원방안 대책 수립 ▲공공장소 및 유동인구 밀집지역 무인회수기 설치 등을 요구했다.
보증금제가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은 매장에서 판매할 일회용컵 수량만큼 라벨 스티커(개당 6.99원)를 구매해야 한다. 일회용컵이 표준용기면 4월, 비표준용기면 10원의 처리지원금이 추가로 든다. 일회용컵에 음료 한 잔을 할 때마다 11~17원이 더 드는 셈이다.
반환컵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거나 소비자가 일회용컵을 쉽게 반납할 수 있는 무인회수기를 설치하는 것도 자영업자의 몫이다. 이에 프랜차이즈 본사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죄다 정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 직전 일회용컵에 부착하는 라벨 스티커를 본사에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가 시스템 미비와 법적 근거를 이유로 반발했고 결국 제도는 시행유예로 이어졌다. 환경부는 오는 12월 2일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목표로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주 등과 논의를 거쳐 제도를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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