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3개월 여정 '유종의 미' 거둔 누리호 2차 발사
우여곡절 겪은 누리호·절치부심 기술진 '한 몸'
[전남 고흥=뉴스핌] 이경태 기자 = 반쯤 열었던 우주문을 이번엔 활짝 열었다. 최종 임무인 궤도상 위성 분리까지 완수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12년동안의 개발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누리호의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실용급(1톤 이상) 위성 발사가 독자적으로 가능한 7번째 국가로 올라서게 됐다. 한국형 우주수송시대의 이정표를 새롭게 찍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 12년 3개월 여정 '유종의 미' 거둔 누리호 2차 발사
누리호가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장에서 정상적으로 발사됐다. 개발을 시작한 지 12년 3개월의 여정이 이렇게 마무리됐다.
누리호의 길이는 47.2m이며 중량은 200톤에 달한다. 탑재중량은 1500kg까지 가능한 발사체다. 투입궤도는 600~800km이며 실제 목표 궤도는 고도 700km이다. 목표 궤도의 오차범위는 5% 수준으로 35km 전후다. 최대직경은 3.5m이며 3단으로 구성됐다. 1단은 75톤급 액체엔지 4기, 2단은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다.
[고흥=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2022.06.21 photo@newspim.com |
이번 2차 발사를 통해 누리호는 127초 뒤 1단 분리, 233초 뒤 페어링 분리, 274초 뒤 2단 분리, 897초 뒤 성능검증위성 분리, 967초 뒤 위성모사체 분리까지 모두 성공했다.
발사 과정이 계획대로 진행된만큼 우리나라는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우주 수송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독자적으로 우주수송능력을 확보해 국가 우주개발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현재 자력발사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9개에 그친다. 실용급(무게 1톤 이상)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6개 국가밖에 없다. 이번에 성공 발사로 우리나라는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7번째 국가로 등극하게 됐다.
이와 함께 우주발사체 엔진개발 설비 구축 보유는 물론 대형 추진체 탱크 제작 기술 보유, 독자 기술로 발사대 구축 등의 능력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다.
이번에 탑재돼 발사된 성능검증위성은 발사체 투입성능을 검증하고 큐브위성을 사출한다. 우주핵심기술 검증탑재체의 검증시험도 진행한다.
이번 발사의 백미는 큐브위성으로 꼽힌다. 성능검증위성은 오는 29일부터 조선대, 한국과학기술원, 서울대, 연세대의 큐브 위성을 순차적으로 사출한다. 한국과기원은 이번 큐브위성 교신으로 2연속 교신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 우여곡절 겪은 누리호·절치부심 기술진 '한 몸'
성공의 이면엔 무수한 좌절과 고통이 뒤따랐다. 정상적인 개발 일정을 진행해온 누리호는 지난해 1차 발사부터 기술진을 실망케했다.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5시 발사된 누리호에서는 이륙 후 36초에 비행과정에서의 특이 진동이 계측됐다. 이는 3단 탱크연결트러스와 위성어댑터에서 나타났다. 67.6초에는 산화제탱크 기체 압력이 하강하기 시작했다. 산화제탱크 상부 표면온도가 급격히 내려앉은 시점이기도 하다.
115.8초에는 헬륨탱크의 압력이 하강할 뿐더러 3단 산화제탱크의 기체 압력이 상승했다.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호의 부력이 상승할 때 고정장치가 풀려 헬륨탱크가 하부 고정부에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3단 엔진이 조기에 종료돼 위성 모사체를 제대로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미완의 성공'으로 평가가 됐으나 그래도 임무 수행은 실패로 돌아갔다. 절치부심한 끝에 기술진은 3단부 엔진을 보강해 이번 2차 발사를 준비하게 됐다.
[고흥=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1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KSLV-Ⅱ)가 다시 조립동으로 이송되기 위해 발사대에서 내려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산화제 탱크 내부의 레벨 센서가 비정상적인 수치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며 "기립 상태에서 접근해 확인이 어려워 현 상태로는 발사 준비 진행이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발사체 조립동으로 이송해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22.6.15 photo@newspim.com |
그러나 2차 발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당초 15일 오후 4시로 발사를 예고했으나 우천, 강풍 등 기상악화로 발사 일정이 연기됐다. 당시 항우연 측은 "우천으로 인해 누리호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노면이 미끄러워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뿐더러 강풍으로 발사대 연결 작업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보니 부득이하게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누리호 2차 발사를 가로막는 요인은 기상 뿐만 아니었다. 16일 발사를 위해 전날 누리호를 이송한 뒤 기립한 뒤 1단부 산화제 탱크의 레벨센서의 계측 오류가 발생했다. 당시 항우연 기술진은 산화제 상단부에 장착된 센서 자체를 교체해야 할 경우 1·2단 분리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럴 경우, 2차 발사가 오는 23일까지로 정해진 발사예비일 이내에 진행될 수 없었다.
밤샘 작업 끝에 단 분리 없이 센서만 교체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 기술진은 마지막 남은 기회의 끈을 잡을 수 있었다. 누리호 2차 발사는 1차 때와는 다르게 2번의 발사 연기라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최종적으로 추진됐다.
1차 때보다도 기술진의 심리적 압박은 가중됐다. 1차의 임무 실패를 극복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더해 당장 발생한 문제를 제한된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다는 게 한 기술진의 얘기다.
항우연 한 연구원은 "매일 발사체를 바라보며 부품별로 '잘 있었니, 나도 잘 지냈어'라고 안부를 물으며 긴장된 마음을 풀었다"며 "가장 문제가 되는 요소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걱정을 덜어내려고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이번에는 성공시켜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자존심을 세우려고 부단히 노력했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거기에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