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플로리다 주(州)법원이 30일(현지시간) 임신 15주 이내로 임신중절 수술을 제한한 새로운 법이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하는 주 헌법 조항에 위배된다며 시행에 제동을 걸었다.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4일 낙태권을 보장하는 판례를 파기하기로 결정한 이래 각 주법원들이 주 차원의 낙태 금지와 제한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법원 앞에서 낙태 관련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워싱턴포스트(WP),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이날 플로리다주 레온 카운티 순회판사 존 C. 쿠퍼는 론 드샌티스 주지사가 지난 4월에 승인한 새로운 낙태법 시행 일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임시 금지 명령은 당장 다음날인 1일부터 발효된다. 쿠퍼 판사는 구두 명령에서 "나는 낙태에 대해 소송하는 것이 아니다. 플로리다의 개인 사생활권에 대해 소송하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라며 연방 대법원의 판례 파기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행 주법에 따르면 임신 최대 24주까지 임신중절 수술은 합법이다. 그러나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플로리다 의회가 이를 15주까지로 축소하는 법안을 가결시켰고, 드샌티스 주지사가 지난 4월 법안에 서명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짧아진 임신주기 조건도 있지만 성폭력, 근친상간, 인신매매 등 범죄 피해자여도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또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거나 태아가 치명적 기형을 타고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2명의 의사로부터 서면 진단을 받아야 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해 새로운 법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는 비판이 따른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주 대법원에 항고할 방침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태아도 심장이 뛰고 고통을 느낀다. 엄마 뱃속에서 엄지도 빤다"며 "주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사생활 권리가 '해체낙태'(dismemberment abortion)를 포함한다니 옳은 헌법 해석이 아닌 것 같다"고 발언했다.
해체낙태는 임신 중기인 13~24주에서 행해지는 임신중절 수술의 형태로, 집도의가 가위와 포셉 등 도구로 태아를 절단해 자궁 밖으로 꺼내는 방식의 수술을 의미한다. 태아는 임신 8주 때부터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앞서 지난 28일 전통적인 '빨간(공화당 지지)' 주인 텍사스에서도 임신 6주가 넘은 여성의 낙태를 금지하는 새로운 법 시행을 일시 보류하라는 주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루이지애나, 유타주도 최근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 판례 파기에 따라 자동적으로 낙태 전면 금지법이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주법원들이 일시 시행 보류 명령을 내렸다.
아무리 공화당 색깔이 짙은 주여도 낙태 금지법을 강행하는 것은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는 진단이다.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보장 판례 파기에 따른 미국 사회의 혼란은 단기간 안에 해소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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