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고물가를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추진으로 침체 우려가 날로 짙어지는 가운데,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한 미 의회조사국(CRS)의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CRS는 지난달 28일 자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연착륙·경착륙·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둔화) 가운데 어디로 향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침체 가능성을 짚어봤다.
우선 연착륙 가능성의 경우 연준이 간절히 바라는 시나리오이나 과거에도 그리 자주 발생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진=CRS 보고서] 2022.07.04 kwonjiun@newspim.com |
보고서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설명한 것처럼 기업들이 해고 대신 신규 일자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소프트 랜딩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급속도로 대폭 낮추기 위해서는 실업률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1965년과 1984년, 1994년 통화긴축 후에도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언급했지만 보고서는 1965년과 1994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낮았고, (그나마 높던) 1984년도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기준 5% 아래였다며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필연적 인과관계는 아니며 일부는 시차도 있었지만, 1950년대 이후 모든 경기후퇴는 장기간 금리 인상 후에 일어났고,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연착륙보다 경착륙이 더 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공식 확인된 뒤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는 경착륙 가능성에 대해 CRS는 인플레이션이 높고 연준이 지금처럼 금리를 높이는 상황에서는 연착륙보다 훨씬 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높고 실업률이 지금처럼 낮다는 것은 수요가 너무 많다는 뜻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경착륙을 초래하지 않고서 수요를 꺾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CRS는 경착륙은 더블딥과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경우의 수로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전의 미국 경기 침체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에 있었던 만큼, 일단 경착륙이 발생할 경우 '더블딥 경기후퇴'가 된다는 것이다.
더블딥은 경기후퇴 후 회복기에 접어들다가 다시 경기가 후퇴하는 현상을 뜻하는데, 더블딥이 현실화하면 1980년대 초 2차 석유파동 이후 40년 만에 처음 발생하는 일이 된다.
CRS는 당시와 지금 상황이 유사하다면서 1980년대 초는 인플레이션이 7%를 넘겼던 마지막 시기이며, 당시에도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19% 넘는 수준으로 올리며 경기후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이 경착륙 우려 때문에 금리를 신속히 올리지 않을 경우,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후퇴)이라는 더 안 좋은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CRS는 정책 관계자들이 지난해 물가 상승이 특수한 경우이며 가계들이 향후 인플레이션이 낮을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작년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상당히 높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더 심각한 침체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막는 게 중요한데, 연준이 인플레 통제를 위해 얼마나 금리를 올릴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2020년 이후 미국 경제가 공급망 차질이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연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외부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면서, 연착륙이나 경착륙,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여부에도 이러한 외부 요인들이 계속해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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