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최근 개별 면담
"경찰국 신설 등에 대해선 협의과정 거칠 것"
이례없는 초고속 승진 인사, 산제한 과제는 '역대급'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청장으로 윤희근 경찰청 차장이 5일 내정됐다. 지난해 12월 치안감 승진 이후 약 7개월만이다. 경찰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는 이날 신임경찰청장 임명제청안 심의위원회를 열고 윤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윤 내정자는 이날 오후 국가경찰위원회 심의위원회에서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안이 통과된 후 기자들과 만나 "위원님들께 현재 경찰의 현안, 청장으로서의 조직 운영의 소신과 가치관 등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 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개별 면담을 했던 것에 대해 "경찰 권한과 역할이 민주적 통제 하에 이뤄져야 한다, 경찰권 행사에 중립성과 책임성 가치 또한 존중돼야 한 등 두가지 가치가 양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같이 했다"며 "구체적 부분은 행안부와 협의 과정을 거쳐가면서 최대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 추진에 따른 일선 경찰들의 반발에 대해선 몸을 낮추면서도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윤 내정자는 "후보자로서 현장 직원들이 염려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충분히 공감하고 그만큼 경찰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련의 행동들이 국민들에게 더 큰 우려를 드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 또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정자 신분이지만 경찰청장 직무대행 입장으로서 현장의 소리를 최대한 듣고 경청하면서 국민의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 방법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신임 경찰청장에 내정된 윤희근 경찰청 차장이 5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리는 차기 청장 임명 제청 동의안 심의를 위한 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2022.07.05 yooksa@newspim.com |
윤 내정자는 또 경찰국 신설로 행안부 장관의 경찰 고위직 인사 제청권, 감찰·징계권한 등이 크게 강화됨에 따라 경찰청장의 권한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인사와 관련해 경찰청장은 분명히 추천권 권한을 갖고 있고 인사권과 제청권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조화롭게 행사된다면 청장의 인사권한이 형해화 된다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며 "감찰 부분 역시 법적 제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어려운 부분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 경찰국 신설에 반발한 조직 다독이기가 첫 과제
경찰청장 역사상 전무후무한 초고속 승진으로 경찰 서열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윤 내정자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 가운데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거센 반발을 수습하고 생채기 난 조직을 다독이는 것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직장협의회 소속 4개 경찰서 직협회장들은 전날 경찰청 앞에서 행안부의 경찰청 신설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조직을 분리하고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성 실현을 위해 국가경찰위원회를 설립하게 된 역사적 명령을 잊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경찰은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되고 개별 수사에도 정권의 입김이 미칠 우려가 매우 크다"며 경찰국 신설 철회와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자치경찰제 이원화 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경찰국 신설이 폐지될 때까지 매일 3명씩 릴레이 삭발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조직 안팎으로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윤 내정자가 '경찰권한 통제'라는 정부 기조를 반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지난달 27일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 후 직무대행을 맡아왔지만 경찰국 신설에 대해서는 유달리 말을 아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민관기 청주 흥덕경찰서 직장협의회장 등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소속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2022.07.04 kimkim@newspim.com |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관계 설정은 또다른 과제다. 윤 내정자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등에 대해 "협의 과정을 거쳐 최대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이달 안으로 행안부에 경찰국이 신설되면 경찰에 대한 정부의 장악력은 더 커지게 된다. 이 장관의 관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서 윤 내정자는 이제 국회 인사청문회 등 법적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윤 대통령이 임명하면 윤 내정자는 경찰청장 자리에 오른다. 민갑룡·김창룡 청장에 이은 세번째 경찰대 출신 수장이다.
1968년생 충북 청주 출신인 윤 내정자는 경찰대 7기로 경찰청 경무담당관, 서울경찰청 정보 1·2과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지난해 12월에는 경찰 서열 3위인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비국장을 맡았고 6개월 뒤인 올해 5월 24일 치안정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정보통으로 통하며 선후배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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