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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타 치하루의 '인 메모리', 흰 실로 삶과 죽음을 표현하다

기사입력 : 2022년07월15일 15:29

최종수정 : 2022년07월15일 16:18

2020년 '비트윈 어스' 이후 2년 만의전시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시오타 치하루의 개인전이 2년 만에 개최된다. '삶과 죽음', '경계', 그리고 '존재의 이유'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했다.

시오타 치하루는 1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인 메모리(In Memory)' 개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는 소설 '흰'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품을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가나아트에서 2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치하루를 대표하는 대형 설치 작품 1개를 포함해 조각 16점, 평면 38점 총 55점이 전시된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시오타 치하루 작가 [사진=가나아트센터] 2022.07.15 alice09@newspim.com

시오타 치하루는 스승인 마리나와 레베카의 영향을 받아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가 주를 이룬다. 실을 엮는 작가로 이름을 알렸으나 실뿐만 아니라 옷, 유리창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삶과 죽음', '경계', 그리고 '존재의 이유' 등 인류 공통의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명과 동일한 제목의 설치작 '인 메모리'를 통해 기억을 이야기한다.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하얀색 실 사이에 7m에 달하는 목조 배가 뼈대만 드러낸 채 공중에 떠 있어 장관을 이룬다. 배는 작가에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상징이자, 기억의 바다를 떠다니는 오브제이다.

이번 메인 전시의 색깔은 '흰색'이다. 색깔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 강 소설가의 '흰(White Book)'에서 영감을 받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시오타 치하루의 '인 메모리' 대형 설치 작품 [사진=가나아트센터] 2022.07.15 alice09@newspim.com

이날 시오타 치하루 작가는 "'흰'이라는 책을 보면 어머니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가 암을 두 번 경험했는데, 그 때가 임신 6개월이었다. 그러다 양수가 터져서 병원을 갔는데 아이가 곧 죽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서 너무 충격을 받았었다. 책을 읽었을 때 출산한 아이가 두 시간 만에 죽어서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을 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책 표지를 보면 '죽지 마, 죽지 마. 부탁할게'라는 글귀에 감동을 받았다. 흰색 안에 있는 기억을 감동적으로 읽어서 작품과 같은 색으로 정했다. 그래서 타이틀도 '인 메모리'라고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오타 치하루는 "흰색이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생과 사' 양쪽 다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죽음이 있으면 다시 시작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양쪽 다 표현하는 색깔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흰색 실로 사용된 오브제들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상자 안에 다양한 물건을 넣어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관련해 박신진 전시기획팀장은 "흰 오브제 안에 들어있는 것들은 작가가 모두 시장에서 구매한 것들"이라며 "특히 엽서로 보이는 이 오브제는 러브레터"라고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시오타 치하루 작가의 'Chiharu, State of Being-Boxes' [사진=가나아트센터] 2022.07.15 alice09@newspim.com

박 팀장은 "작가는 영원함에 대해 오래 고민했으며, 사람이 긴 시간 사용한 물건에 깃들어 영원이 함께 한다고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시장에서 작품에 사용하는 오브제를 직접 구매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실 작품은 전시 동명 '인 메모리' 외에도 다수가 존재한다. 붉은 실을 사용한 작품들도 1전시관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박신진 팀장은 "실 작업을 통해 신체를 형상화하는 작품이 많다. 붉은 실은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표현한 것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실 작업 외에도 판화와 드로잉 등이 있다. 박 팀장은 "시오타 치하루 작가 드로잉의 경우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드러난다. 대부분 우주에 연결된 인간을 의미하는 작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2전시장에 설치된 '스테이트 오브 비잉-돌 하우스(State of Being-Doll House)'은 오래된 작은 소품들을 배치하고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형의 집을 붉은 실로 엮은 작업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시오타 치하루의 '인 메모리' 대형 설치 작품 [사진=가나아트센터] 2022.07.15 alice09@newspim.com

붉은 실은 동양문화권에서 인연을 의미하는 것처럼, 작가에게도 해당 재료는 인연, 타인과의 관계를 상징한다. 시오타 치하루는 작업 당시 느끼는 감정을 색깔로 표현해 나타내는 셈이다.

그는 "색깔이 가지는 의미는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빨간 색을 사용하는 의미는 다들 아시다시피 암을 두 번 경험하면서 생과 사를 겪으며 생명과 죽음을 연상할 때 빨간색을 생각했기 때문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 이후에 어떤 색이 좋을까 생각했을 때, '흰'이라는 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아이가 의미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했을 때 흰색이 의미하는 물건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흰색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시오타 치하루는 "암을 겪으면서 머리가 빠졌는데, 그걸 비디오로 찍어놓기도 했다. 저에게 모든 것은 작품이었다. 사는 것은 무조건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예술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예술을 하지 않는 것 자체는 죽음이라고 느낀다. 저는 죽음 자체가 아직도 강렬하고 무섭다.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시오타 치하루의 개인전 '인 메모리'는 오늘(15일)부터 8월 21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alice0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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