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돈다발 영상 재생 "남욱·정영학과 유동규에 돈 줬나"
정재창 "수사받고 있어 답변 자체가 고통, 죄송하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의 과거 동업자로 알려진 정재창 씨가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재판에서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증언거부 사유가 없는 부분까지 진술을 하지 않았는지 검토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고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의 속행 공판을 열고 정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2021.10.03 yooksa@newspim.com |
정씨는 이날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아직 수사를 받고 있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일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르면 자신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이에 검찰은 "정재창 씨와 관련해 참고인으로 조사가 됐고 저희가 피의자로 조사한 적은 없다"며 "정씨가 피고소인으로 돼 있는 사건은 경찰로 이첩됐고 그 사건은 대장동 배임 사건과 관련이 없어 전반적인 증언 거부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정씨는 "계속 출국금지 상태고 압수수색도 받았다"며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자는 상황인데 하나하나 답변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고통스럽다"며 거듭 증언거부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개별 질문을 들어보고 증언거부 사유가 있으면 밝혀달라고 했고 검찰의 질문이 시작됐지만 정씨는 모든 질문에 일일이 "증언을 거부한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정 회계사가 2013년 4월 경 촬영한 동영상도 재생했다. 영상에 따르면 정씨는 책상에 앉아 5만원권 다발을 만지고 있고 맞은편에는 남 변호사가 웃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검찰은 이어 "돈다발을 만지는 사람이 증인이 맞나", "증인과 남욱, 정영학이 유동규에게 주기 위해 마련한 현금 돈다발인가" 등을 질문했으나 정씨는 답변을 거부했다.
정씨는 이어진 변호인의 반대신문과 남 변호사의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약 5시간 동안 "증언을 거부하겠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돌아갔다.
재판부는 "증인에게 증언거부 사유가 없어 보이는 것까지 전체 증언을 거부한 부분이 있다"며 "검찰에서도 적절한 제재를 언급했는데 증인신문사항 등을 검토한 뒤 증인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은 법원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증언을 거부한 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자인 정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남 변호사, 정 회계사와 함께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을 건넨 인물로 알려졌다. 이후 로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남 변호사, 정 회계사와 관계가 틀어졌고 이들로부터 총 120억원을 받아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관리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사업편의 제공 등 대가로 이들로부터 3억52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는데 뇌물을 준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정씨는 공소시효가 지나 이와 관련해 기소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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