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해진 조직, 견제와 균형 위해 통제 필요
[세종= 뉴스핌] 김보영 기자 =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며 표면화된 행안부·경찰 지휘부와 경찰 조직의 갈등이 전국 경찰서장들의 전체회의를 계기로 극한 대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찰국 신설 등 현안을 논의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렸다. 총경 56명이 현장에 참석하고 140여 명이 온라인으로 4시간가량 함께 했다.
김보영 사회부 선임기자 |
총경은 '경찰의 꽃'이다. 650여명의 총경 직급자는 13만명 가까운 일선 현장 경찰관들을 지휘하는 경찰 조직의 현장 사령관이다.
그런 화려함을 뒤로 한 채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공개 행보를 택한 건 행정안전부가 경찰을 통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모인 총경들은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정부조직법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관이다. 정부조직법 34조 5항에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돼 있다. 아울러 이 법 7조는 '장관은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경찰법 3조는 경찰의 임무에 범죄 수사와 함께 경비·요인 경호·대간첩·대테러 작전·치안 정보 수집·작성과 배포·교통 단속·위해 방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25일 치안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서장인 총경이 경찰국 신설 취지와 신설 배경을 오해하고 집단행동으로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역대 정부는 헌법과 법률이 명하는 시스템과 계통을 무시하고 대통령실에 파견된 치안비서관 등 경찰공무원들을 통해 음성적으로 경찰 업무를 지휘해 왔다며 이러한 시스템에 의존할 경우 불법적인 경찰특공대 투입 등과 같은 불법이 자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권력기관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정부의 통제를 받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으로 인해 과거와 달리 검찰 지휘도 받지 않고 경찰이 거의 모든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생긴 현실에서 경찰권에 대한 견제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쟁점이다.
경찰법 등 관련 법령을 보면 그동안 행안부와 경찰청의 관계는 너무도 짜임새가 없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경찰이 직거래하고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통해 경찰 수사를 통제하던 시절의 유산일 것이다.
경찰고위직 인사는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이 밀실에서 좌지우지했다. 이제 대통령실을 벗어나 행안부 경찰국과 경찰청장이 협의해 합리적인 인사를 하기 위해서라도 경찰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정부의 경찰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만일 행안부가 신설되는 경찰국을 통해 경찰 수사를 좌지우지하려 할 경우에는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 권력에 대한 통제가 반드시 정부의 직접 통제를 지향할 필요는 없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통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시간을 들여 모색하면 된다.
이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조직의 규모가 크고 방대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조직이 비대해 면 균형을 위해 견제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대통령과 장관 등 그 누구도 법을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는 데 예외일 수는 없다. 아울러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가 치안이다. 경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핵심은 시민 사회에 의한 통제다.
kbo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