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방문해 용서 구해
"교회가 원주민 말살 동화정책에 동조"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원주민들을 만나 과거 교회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사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 매스쿼치스의 옛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를 방문해 가진 행사에서 "나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원주민들에게 행했던 악행에 대해 겸허히 용서를 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교황은 "나의 사과는 모든 원주민 공동체와 개인을 향한 것"이라면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원주민들을 탄압한 열강들의 식민화 정신을 지지했다는 것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 반복한 뒤 "나는 특히 많은 교회와 종교 구성체원들이 당시 정부가 추진한 문화적 파괴와 강요된 동화 정책에 단순히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이에 협조한 방식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앨버타주 매스쿼치스의 기숙학교 부지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주민 학대와 문화 말살에 대한 사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2.07.26 kckim100@newspim.com |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암매장된 1천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굴돼 큰 충격을 줬다. 캐나다 정부는 19세기 초중반 원주민들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킨다는 명분으로 자녀들을 부모와 떼어놓고 기숙학교에 수용했다.
이같은 기숙학교는 캐나다에서 130여개 운영됐고, 이중 70% 정도는 가톨릭교회에서 위탁 운영을 맡았다. 이들 학교는 원주민 학생들을 학대하고 언어를 말살하며 원주민 공동체 문화를 파괴하는 데 앞장섰다.
교황은 "기숙학교를 포함한 동화 정책이 원주민들에게 얼마나 파괴적이었는지를 기억하는 일은 절실하다"면서 "내가 이를 인식할 수 있게 해준데 대해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또 "용서를 구하는 것이 사태의 끝이 아니다"라면서 추가 조사는 물론 치유와 화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오는 30일까지 일주일간 애드먼튼, 퀘벡, 이칼루이트 등을 순방하며 원주민 대표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가톨릭 교회가 캐나다 기숙학교에서 행한 학살과 학대 문제와 관련해 원주민들의 용서를 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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