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비상선언'이 밀폐된 비행기 속 마주친 재난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그 내면을 들춘다.
한재림 감독의 항공 블록버스터 액션 '비상선언'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박해준, 김소진 등 한꺼번에 모이기 힘든 한국 대표 배우들이 모두 모인 이 작품에선,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최악의 재난 상황이 숨통을 조여온다.
[사진=㈜쇼박스] |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2.07.26 jyyang@newspim.com |
◆ '밀실살인' 버금가는 밀실재난의 참혹함…톱 배우들 최상의 앙상블
'비상선언'에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가 발생한다. 이 비행기엔 형사인 인호(송강호)의 아내, 재혁(이병헌)과 딸, 기장으로 최현수(김남길), 사무장 김희진(김소진), 류진석(임시완)이 탑승해있다. 한국에서 인호는 진석의 항공 테러 협박 영상과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 기내 사고를 막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국토부 장관 김숙희(전도연)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박태수(박해준) 역시 인명을 구하려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묘하게 입장이 엇갈린다.
송강호부터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까지 영화가 시작하는 동시에 눈이 즐겁다. 최고의 배우들이 함께하는 연기 앙상블이 힘있고 빠른 속도의 전개를 이끈다. 위험에서 가족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형사, 아버지, 비행기의 기장, 사무장들의 일그러지고 다급한 표정은 객석을 순식간에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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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이 연기한 류진석은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으로 최악의 빌런 역할을 다한다. 아무리 잘생겼다 해도 평생 어디서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얼굴이다. 묘한 기류를 형성하는 기장 현수와 재혁은 과거사에 얽매인 관계다. 모두가 밀폐된 기내에서 생사를 오가는 상황, 누군가는 서로를 가르고 저라도 살겠다 발버둥치지만 재혁과 희진, 현수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 예측불가 반전, 지나친 반복은 피로감…'재난상황' 실감은 제대로
'비상선언'은 말하자면 살면서 절대 겪고 싶지 않은 최악의 재난을 펼쳐낸 영화다.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밀폐된 기내에서 생화학 테러를 감행하는 진석은 도무지 통제나 제어가 안된다.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울부짖는다. 특히나 항공기는 아주 작은 결함으로도 모두가 위험한 재난에 맞닥뜨리는 특수한 이동수단이다. 여기에 신박하면서도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트릭이 얹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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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테러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기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지만 모두에게 거부당한다. 희망이 보일듯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과도하게 반복돼 약간의 피로감도 찾아온다. 기내 상황과 별개로 한국에서 이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도 애처롭기 그지없다. 중요한 순간에 정치적 실리를 따지는 '높은 분들'의 입장은 환멸스럽기까지 하다. 기장의 목숨이 다해가는 상황에서도 '비상선언'은 무시된다.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끔찍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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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선언' 목숨이 위험할 때 나라도 살고 싶어하는, 당위적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동시에 남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수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말한다. 당연하게도 모두를 울리는 건 감염과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들을 살리려 몸을 내던지는 이들의 손길이다. 마지막 생존자들의 한 때는 마치 저승의 한 장면같기도 하다. 특히나 팬데믹을 관통해 시의성이 가득한 소재를 밀폐된 공간에 펼쳐놓은 감독의 의도가 의미심장하다. 오는 8월 3일 개봉.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