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 공식화한 새 정부…나라살림 관리 '고삐'
"기존예산 구조조정 없는 추가 증액 요구는 불가능"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제출 시점이 다가오면서 부처들의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정부부처 간 줄다리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건전재정 기조를 공식화한 기재부와 밀어넣기식 증액 요구에 익숙한 부처들이 내년도 예산 증액 정도를 놓고 마찰을 빚고있다는 게 관가의 설명이다.
2일 기재부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오는 9월 2일 2023년도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통상 기재부는 3월 말~4월 초 쯤 정부부처에 내년도 예산편성 지침을 보낸다. 각 부처는 그 지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을 짜고, 5월 말에 기재부에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최초로 전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재부는 각 부처들의 내년도 예산안을 1차로 심사하고, 6~8월쯤 추가적인 증액 요구를 받는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년도 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7.29 kimkim@newspim.com |
이후 기재부는 부처와 협의를 거쳐 예산을 편성한 다음 8월 말 쯤 정부안을 확정한다. 기재부가 확정된 정부안을 9월 초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심의를 거쳐 12월 초에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한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3월 말 각 부처에 전년 예산안 대비 5% 내외로 증액한 규모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지침에는 각 부처 재량지출 사업 예산을 10% 이상 줄여 내년도 예산을 요구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재정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부처들이 기재부의 요구보다 큰 폭으로 예산을 증액해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마찰이 생겼다. 부처들은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예산 소요가 많다는 입장이지만 기재부는 건전재정을 기조로 내세운 만큼 '구조조정 없이 추가적인 증액 요구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공고히 했다. 기재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협조 공문도 지난달 각 부처에 내려보냈다는 게 관가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부처들에 5% 정도 편성지침을 주면 부처들이 그보다 더 한도를 늘려서 예산안을 요구해왔다"며 "공문은 편성 지침에도 불구하고 부처들이 예산을 과다 편성해와서 다시 되돌려보내는 차원으로 발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처들과 기재부의 이 같은 마찰은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비춰진다.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했던 전 정부에서는 부처들의 막판 증액 요구가 관행처럼 굳어져왔지만 새 정부가 건전 재정을 공식화하면서 올해는 이 같은 '밀어내기식 증액 요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지난달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현재까지 이어져온 확장적 재정 기조를 건전 재정 기조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통제하는 한편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 대 중반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재정 기조를 당장 내년 예산안 편성부터 적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나라살림 관리에 고삐를 조이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혀왔다. 또 구조조정 대상에는 재량지출과 더불어 그동안 건드리지 않았던 의무지출과 경직성 지출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각 부처 예산 담당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처 입장에서 힘을 받기 위해서는 예산 증액이 필요하고 중요한 사업들을 밀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에서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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