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커피 찌꺼기를 발전 연료·농업용 퇴비로
수명 다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규모 1.6조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환경부가 환경 분야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면서 골칫덩이 폐기물에서 순환자원으로 재탄생하는 품목들이 생겨났다.
커피액을 추출하고 남은 커피찌꺼기를 농가 축사에 깔개로 재활용하거나 벽돌 제조에 사용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 쓰임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도 캠핑용 랜턴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새롭게 생명을 얻게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연내 발표할 방침이다.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순환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폐기물로 분류됐던 일부 품목들을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커피찌꺼기는 지난 3월 환경부 발표를 통해 순환자원으로 허용되면서 폐기물 규제에서 면제됐다.
[자료=환경부] 2022.08.10 soy22@newspim.com |
◆ 버려진 커피 찌꺼기를 발전 연료·농업용 퇴비로
우선 커피찌꺼기가 순환자원으로 인정되면서 발전 연료나 농업용 퇴비 등으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됐다.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제조하고 남은 부산물인 커피찌꺼기는 당초 폐기물로 취급돼 쓰레기 소각장으로 향하거나 매립 처리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폐기물관리법상 규제가 적용돼 별도로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업체만이 커피찌꺼기를 처리할 수 있었다.
커피찌꺼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다량으로 배출되는 탄소량도 문제로 제기돼왔다. 환경부에 따르면 커피찌꺼기 1톤을 소각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은 338kg에 달한다. 커피찌꺼기는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폐기물로 분류되면서 탄소 배출량을 늘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커피찌꺼기가 순환자원으로 인정되면서 다양한 용처로 재활용이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비료와 사료 생산 등으로 재활용 분야가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발전연료나 축사 깔개, 벽돌 등에도 쓰일 수 있게 됐다.
폐기물 관련 규제에서도 면제됐다. 원래는 폐기물 수집·운반 전용 차량으로 운반해야 했지만 일반 차량으로 운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자연스레 처리 비용도 절감되는 효과를 본다. 환경부에 따르면 매년 커피찌꺼기 20만t을 재활용하면 폐기물 처리비용 200억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앞다퉈서 커피찌꺼기 재활용 사업에 나서고 있다. 용인시는 커피찌꺼기를 친환경 퇴비로 재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거한 커피찌꺼기를 가축 배설물로 만든 기존 비료와 섞어 일부 농가에 공급하는 식이다. 인천시도 커피찌꺼기를 따로 수거해 연필, 화분, 벽돌 등으로 재활용되도록 관련 기업과 단체들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이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 일환으로 인천에서 수거한 커피박을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
◆ 수명 다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시장 규모 1.6조원
환경부는 또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기차 보급 증가와 함께 버려지는 배터리 숫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재활용과 재사용이 쉽지 않아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산업계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전기차 배터리는 쓰임이 다하면 성능 평가를 거쳐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캠핑용 배터리 등으로 재사용되거나 배터리에서 니켈이나 망간 등의 소재를 추출해 원료로 쓰는 식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
문제는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와 요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사용후 배터리는 현재 폐기물로 분류돼있기 때문에 폐기물 처리업 인허가도 취득해야 하고 처리 과정에서 적용되는 법안도 5개에 이른다. 사용후 배터리가 순환자원으로 인정되면 자연스레 폐기물관리법에서 제외되면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이나 재사용 사업도 탄력을 받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사용후 배터리는 2025년 42GWh에서 2030년 345GWh, 2040년 3,455GWh로 8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시장 규모도 급팽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가 분석한 사용후 배터리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기준 1조6599억원이다. 이후 2030년에는 6조원, 2040년에는 66조원, 2050년에는 최대 6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환경부는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바꾸는 작업을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커피찌꺼기와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의 경우 사용 용처가 많고 재활용 가치가 높아 투기 우려가 작지만 그 외 폐타이어, 폐전선 등 나머지 품목들은 시장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섣불리 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순환자원 지정은 완전히 폐기물 성격을 지워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과거 폐기물 대란이 일어났던 것처럼 상황이 언제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oy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