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산재 사망 근로자 자녀, 회사 상대 1심 승소
"산재 자녀 특채 유효"…법원 판단 후 지난해 채용
"2014년부터 채용의무 불이행…임금 상당 배상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기아자동차(현 기아)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자녀에 대한 특별채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간 동안의 임금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현대차·기아차에서 근무하다가 사망한 직원 이모 씨의 자녀 A씨가 기아차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로고[사진=뉴스핌DB] 2021.04.01 obliviate12@newspim.com |
이씨는 지난 1985년 기아차 입사 후 현대차로 근무지를 옮겨 일하던 중 2010년 유해물질인 벤젠 노출로 인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씨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유족 급여를 지급했다.
이후 A씨 등 유족들은 2014년 3월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자녀를 회사에 특별채용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노동조합 단체협약에 규정된 '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할 경우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직계가족 1명을 특별채용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1·2심은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해당 특채 조항이 민법 제103조가 정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 채용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2020년 8월 "산재 사망 자녀 특채 조항은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효력이 인정된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해당 조항이 구직자들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거나 회사의 채용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는다고 봤다.
기아차가 2021년 3월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청구를 인낙하면서 소송은 A씨의 승소로 마무리됐고 기아차는 A씨를 기술직 근로자로 채용했다.
A씨는 채용의무 기한에 입사해 받을 수 있었을 임금 상당액도 지급해달라며 같은 해 4월 회사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냈고 재판부도 "기아차는 A씨에게 총 4억5800만여원을 지급하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기아차는 특채 조항에 따라 A씨가 처음 채용을 요청한 2014년 4월부터 6개월 내인 2014년 10월까지 A씨를 채용할 의무가 있음에도 2021년 3월에야 뒤늦게 이행했고, 이는 민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7년간 산재 자녀를 '지각' 채용한 셈.
재판부는 "기아차는 A씨에게 2014년 10월 28일부터 2021년 3월 7일까지 발생한 채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과 2021년 3월 8일부터 발생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아차 측은 "특채 조항 유효성을 다투는 선행소송의 1·2심에서는 회사가 승소했고 고용노동부도 조항 개선 의견을 밝히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었다"며 대법 판결 선고일까지는 채용의무 불이행의 고의나 과실이 없고 위법성도 조각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아차가 A씨와 소송을 계속하던 2016년 경에도 산재 유족 특채 조항에 따른 특별채용을 실시한 점, 고용부도 특채 조항의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점 등을 이유로 기아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호봉에 대해서도 당초 A씨가 채용됐어야 할 2014년 10월 28일부터의 호봉승급을 반영해 기아차가 주장하는 엔지니어·기술직 1호봉이 아닌 올해 기준 19호봉으로 정정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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