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 한국·사우디·이탈리아 3파전 예고
경제도상국의 신산업 키워줄 '메타버스' 기대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정부가 2030 세계박람회 유치전에 본격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뛰어넘을 산이 높다.
'오일 머니'의 영향력을 토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악조건 속에서 우리나라의 무기도 만만찮다. '메타버스 플랫폼' 적용 등을 통해 유치 전략의 차별화가 기대된다.
◆ 한국·사우디아라비아·이탈리아의 치열한 세계박람회 유치 3파전
2030 세계박람회 유치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가 3파전을 벌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을 뿐더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번 세계박람회 유치전의 최대 경쟁국으로 꼽힌다.
'실세'로 평가되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유치전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 요직을 두루 맡고 있는 왕가는 이미 세계 주요국의 고위인사들로부터 지지 선언을 얻어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지난해 10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국에 2030 엑스포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고 일찌감치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오는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에 앞서 국가별 신청을 받고 있다. [자료=국제박람회기구] 2022.09.07 biggerthanseoul@newspim.com |
'변화의 시대: 지구를 내일로 이끌다'라는 주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존의 보수적이면서 종교적인 중동국가의 이미지를 세련되고 개방적인 미래 지향 국가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이미 57개국의 회원국을 보유한 이슬람협력기구(OIC)는 사우디를 공식 지지하고 있다.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COMESA), 중앙아프리카경제공동체(ECCAS)도 사우디의 박람회 유치를 원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가 170개 BIE 회원국 중 70개국이나 되는 만큼 절반에 육박하는 국가는 이미 사우디 편에 섰다.
후발주자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국가가 바로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로마는 원래 1942년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으로 불발됐다. 오히려 이탈리아에게는 이 부분을 공략 포인트로 강조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사람과 땅: 도시 재생, 포용과 혁신'을 주제로 로마를 확대 개발하는 계기로 삼을 예정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5월 총리실을 비롯해 외교부, 로마시, 라치오주, 로마 상공회의소가 참여하는 등 '2030 로마 엑스포 유치 준비위원회'를 공식 설립하고 유치전에 나섰다.
아프리카와 유럽 표밭이 이탈리아의 공략 대상이다. 2015년 밀라노 엑스포를 개최한 것이 약점이 될 수는 있으나 로마의 새로운 번성을 위해 이탈리아 역시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6월 21일 파리 BIE 총회장에서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 발표를 했다. 각국 대사, 장관, BIE 책임자 등을 접견하면서 우리나라의 엑스포 유치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이날 '한국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이 강조됐다. 정부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정부 대표단을 통해 적극적인 유치전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 '메타버스 플랫폼' 막판 유치전 '히든카드' 기대
외교가에서는 이탈리아가 갖고 있는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예전과 다를 뿐더러 여러 약점 때문에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의 2파전을 내다본다.
이번 유치전에서는 글로벌 경제 위기를 초래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부분이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내년 연말 개최지 선정에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접목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메타버스를 통해 전 세계인이 함께하는 열린 엑스포(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등)라는 컨셉이 유치전략에 포함돼 있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지난해 10월 개최한 오픈 콘퍼런스 메타버스 행사장 모습. [자료=메타버스 얼라이언스] 2022.05.21 biggerthanseoul@newspim.com |
올해부터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심 과제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이 아프리카를 비롯해 유럽 등지의 신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낼 예정이다.
큰 틀에서는 엑스포 행사에 대한 메타버스 컨퍼런스 방식이 우선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나 내년께 개발이 완료되는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개발도상국들이 급변하는 시대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도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과기부가 추진중인 과제는 ▲메타버스 생활 ▲메타버스 관광 ▲메타버스 문화예술 ▲메타버스 교육 ▲메타버스 의료 ▲메타버스 미디어 ▲메타버스 창작 ▲메타버스 제조 ▲메타버스 오피스 ▲메타버스 정부 등이다.
특별한 자원이 없는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서 10대 글로벌 경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인재와 무형기술이 토대가 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기도 하다.
메타버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개발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아프리카 등 경제도상국이 자국 수익으로 창출할 수 있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존 메타버스 개념에 속하는 참여자의 수익창출 부분도 이번에 개발되는 플랫폼에 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부 한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통해 단순히 멀리서 행사를 보는 차원이 아니라 기존에 개발된 기술, 앞으로 개발할 기술 등을 통해 경제도상국이 신산업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게 관건"이라며 "ICT 기술이 궁극적으로 메타버스에 모두 적용돼야 할 뿐더러 국제사회 역시 이 시장을 선점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이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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