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 부분 전속된 관계에서 배송업무 수행"
"기사의 수입과 노무 사이의 관련성 인정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대형마트와 상품배송 위탁계약을 맺은 물류업체 소속 배송기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유진로지스틱스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사실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유진로지스틱스는 홈플러스와 전자상거래 상품 운송에 대한 위탁계약을 2년 단위로 체결하면서 해당 배송업무를 수행할 배송기사를 모집해왔다. 그 중 배송기사 150여 명이 가입돼 있는 마트산업노동조합에서 노동조합법에 따라 유진로지스틱스에 계약조건 교섭을 요구했는데 유진로지스틱스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에 관한 시정 요청을 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유진로지스틱스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진로지스틱스는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원고 외에도 다른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해 수익을 얻고 있고 계약의 핵심사항인 배송권역도 배송기사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원고는 고객으로부터 불만사항이 접수되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 사건 배송기사 업무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단체교섭을 허용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교섭요구를 공고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에서 미리 만들어 둔 정형화된 양식의 배송계약서를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점에 비춰보면 원고가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한다고 볼 수 있다"며 "배송기사의 수입 중 주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기본비 250만원인데 이는 기준 배송 건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지급되는 것을 보면 고정급 내지 기본급의 성질을 갖고 있다"며 배송기사의 수입과 노무 사이의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위탁계약에 따른 전체 배송물량 중 약 70%를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처리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배송기사들이 원고의 사업에 필수불가결한 노무를 제공하고 있음은 명백하다"며 "원고로서는 이 사건 배송기사의 업무를 지휘하고 감독하려는 유인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제로 원고는 배송 매뉴얼을 통해 고객 응대 화법, 용모, 복장 등을 상세하게 규율했고 업무수행의 과정과 태도에 관한 세부적 평가 항목을 정한 다음 각 항목을 위반한 배송기사에 대해 배송업무 교육 실시, 운송료 삭감, 계약 해지 등의 불이익을 부과했다"며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 업무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을 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배송기사들은 원고에게 상당 부분 전속된 관계에서 배송업무를 수행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배송기사들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하여 원고와 대등한 위치에서 계약 조건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