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집합 인원 제한, 영업시간 제한, 백신 패스, 실외 마스크 착용 등 우리를 가뒀던 코로나19의 빗장이 풀리며 일상 회복에 한 발짝 다가선 요즘, 동네 목욕탕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욕실을 갖춘 주택 보급과 찜질방을 갖춘 대형 사우나의 등장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듯 했어도 명맥을 유지하던 동네 목욕탕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2동의 영진목욕탕은 1981년도 개업해 40년이 넘게 자리를 지켜왔다. 코로나19 이전 하루 평균 60여 명이 넘는 손님들이 찾았지만, 지금은 하루 스무 명 안팎의 단골들만 목욕탕을 찾는다.
새벽 다섯 시 반, 영진목욕탕 업주 강의순 씨는 목욕탕 문을 열고 물을 받으며 "스무 명 안팎의 손님으론 문을 열어도 적자"라고 말한다. 한두 명의 손님을 받더라도 물을 받고 보일러와 난방기를 켜야 해 고정 지출이 큰 목욕탕은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수건세탁업체에 수건 빨래를 맡겼으나, 지금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보일러실 한켠에서 직접 빨래를 한다.
영진목욕탕의 보일러실, 업주는 폐업을 하고 싶어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설비 철거비를 낼 엄두가 안 난다고 말한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과 선반에는 단골 손님들의 목욕 바구니가 가득 놓여있다. 목욕 바구니 주인의 절반가량이 코로나19 이후 목욕탕을 잘 찾지 않았다.
손님이 더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 오후에는 그저 가게 밖만 바라볼 뿐이다.
영진목욕탕의 영업시간은 원래 밤 9시까지였으나, 코로나19 이후 오후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여섯 시쯤 영업을 마친다.
서울 시내의 다른 목욕탕. 바가지 네 개가 남탕에 널브러져 있다. 이날 하루 남탕의 손님은 네 명이었다. 업주는 고령의 나이로 다른 생계 수단을 구할 길이 막막해 폐업 하지도 못하고 매일 문을 연다고 밝혔다.
주말이면 목욕을 마치고 바나나 우유 한 잔을 마시며 동네 이웃들과 수다를 떨던 우리들의 입에는 마스크가 씌워졌고, 목욕탕은 조용해졌다.
서울 안암동에서 40여 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목사우나. 업주는 "코로나19 이후 절반이 넘게 떨어진 매출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주변 목욕탕들이 폐업해 그쪽 단골 손님들의 유입으로 지금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50여 년이 넘게 자리를 지켰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 4월 폐업한 서울 용산구의 원삼탕, 건물 밖에서 보이는 창문 너머로 찾아가지 않은 목욕 바구니가 줄지어 놓여 있다.
"다시 괜찮아질 희망도 없고, 사라지는 게 맞는거 같아" 낙담한 업주의 목소리도
한국목욕업중앙회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전국 목욕탕의 수는 1만여 개였으나,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말 6500여 개, 2022년도 현재 6000여 개로 감소세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이 컸던 서울은 2019년도 939개, 2022년에 770개로, 전체의 약 20% 정도가 사라졌다. 동네 전체에 하나 혹은 두 개 정도만 남은 목욕탕을 찾은 손님들은 업주에게 장사를 접지 말라고 부탁한다. 업주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웃어넘긴다. 코로나19로 인해 기피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팬데믹 기간 동안 집 욕실이 익숙해진 손님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동네 목욕탕,꺼져가는 희망의 불빛 살려 다시 한번 '동네 사랑방'으로 되살아 나기를 바란다.
2022.09.30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