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처 87개 사업 전수조사…25개서 겹쳐
반도체 초강대국 전략 등 핵심 예산은 미반영
정작 필요 예산 7500억원은 부족해
[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정부의 반도체 관련 사업 예산 약 8000억원이 중첩되지만 정작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 추진 사업 등 필요 예산 7500억원은 미반영 된 것으로 4일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향자 의원(광주서구을)은 정부 전 부처의 반도체 관련 사업과 부처별 필요예산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87개의 사업 중 25개 사업 약 7959억 원의 사업 예산이 중첩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6개 사업에 약 757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뉴스핌] 양향자 국회 반도체특위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공급망 재편전략과 한국의 대응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전략과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2022.09.28 photo@newspim.com |
지난 8월 1일 양향자 의원은 국민의힘 반도체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부처 간 반도체 사업 중복 사항을 보고하고 개선 대책을 보고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반도체 컨트롤타워 부재로 부처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양 의원은 전 부처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양향자 의원실의 조사 결과 ▲반도체 기술 개발에 총 14개 사업 4768억원 ▲인력 양성에는 총 7개 사업 1800억원 ▲인프라 고도화 및 기업지원에는 4개 사업 1389억원이 중첩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표적으로 산업부는 지난 2020년부터 팹리스 업체의 MPW(Multi-Project Wafer)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MPW 시제품 제작 평균 금액의 약 70% 수준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중기부에서도 5개 회사에 기업당 1억 원씩 MPW 제작 비용을 지원하는 유사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산자부의 MPW 지원 사업에 선정된 65개 사는 모두 중소기업이다.
첨단산업 교육센터 구축 예산 중첩도 지적됐다. 현재 산업부, 교육부, 고용부는 총 1523억 원을 들여 예비취업자(직업계 고등학생·대학생·미취업자)와 재직자(신입·전직희망자·교원)를 대상으로 한 첨단산업 교육센터 구축 사업을 진행중이다. 문제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는 공정 실습 등을 위한 장비 구축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데 있다.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첨단산업 교육센터를 설치하려다 보니 예산 문제로 제대로 된 실습 장비를 설치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의 추진 예산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향자 의원실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1호 대책이자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반도체 산단의 전력 용수 등 필수 인프라 구축 비용 3884억원이 전액 미반영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5년간 3600명 이상의 실무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한 반도체 아카데미의 교육장 및 설계실습실 구축 비용 12억원도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의 인력 수급 현황 파악 및 전문인력 DB구축 예산 10억원, 팹리스 기업 지원대책인 'AI(인공지능) 반도체 혁신설계센터' 신규 구축비도 20억원도 전부 미반영됐다는 지적이다.
AI반도체 혁신설계센터 신규 구축 사업은 기존 센터의 사무공간 협소로 퇴실률이 높아지자 큰 규모 팹리스 기업에 적합한 지원방안을 모색하라는 2021년 산자중기위 및 예결위 결산 국회 지적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예산이다.
양향자 의원은 "첨단산업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 보니 부처간 칸막이 현상으로 부처별 유사 사업은 우후죽순 늘어나는데 정작 필요한 지원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미래 첨단기술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종합적인 산업과 기술, 과학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첨단산업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양 의원은 첨단산업 컨트롤타워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kime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