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지에 반려동물 넣고 탑승
"약한 장애인 위해 청결 관리 필요"
[서울=뉴스핌] 채명준 기자 = 장애인들의 끊임없는 장애인 콜택시 반려견 동승 허가 요구에 서울시가 마침내 반려견 동승을 제도화했다. 비록 타 지자체에 비해 시행이 늦었다는 지적이 있지만 한 달도 안 돼 100건 이상의 이용을 기록하는 등 반응은 긍정적이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9월 26일부터 장애인 콜택시 이용객의 반려견 동승을 조건부 허가했다.
[사진=서울시] |
장애인 보조안내견이 아닌 반려견을 동반하는 장애인 콜택시 이용자는 ▲반려동물 전용 운반상자(이동형 케이지, 켄넬 등)에 반려견을 위치시킬 것 ▲콜택시 예약 시 반려동물 탑승을 미리 고지할 것 등을 지켜야 한다.
콜택시 앱을 사용할 경우 '반려동물 탑승'을 체크하면 되고, 전화로 예약할 경우에는 반려동물과 동승할 것을 상담원에게 고지해야만 한다. 반려동물 탑승 예약의 경우 반려동물 알러지가 없는 기사에게 배정된다. 시는 콜택시 기사들의 동물 알러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 놓은 상태다.
시는 그동안 중증장애인들의 반려견 동승을 공식적으로 금지해왔다. 중증장애인의 이동수단이라는 장애인콜택시의 특성상 면역력이 약하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장애인들에게 반려동물의 털이나 분비물 등이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반려견 동승 금지 규정에 일부 이용자는 부당함을 느껴 장애인 콜택시를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측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민원인은 공단 홈페이지에 "이번이 세 번째 민원인데 뭔가 해결책을 내놔야지 반려견 키우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제 이동권은 계속 무시하실건가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현장에서 갈등이 격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반려견 탑승을 거부당한 장애인이 콜택시 기사를 상대로 고성 등 실랑이를 벌이거나 심지어는 지팡이로 콜택시 기사를 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이처럼 누적되는 민원 및 현장 갈등, 그리고 사회 전반적인 반려문화 정착의 흐름에 시는 마침내 지난달 조건부 반려동물 동승을 제도화했다. 시행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반려견과 콜택시 서비스를 이용한 건수는 총 104건으로 하루 평균 5건 정도다. 전체 콜택시 이용 횟수가 약 5000건임을 감안하면 이용률은 미미하다.
그러나 비장애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듯 장애인의 반려동물 동승도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거주 중증장애인 수가 14만6380명(전체의 약 15%)으로 가장 많은 서울시가 인천, 대구 등 다른 광역지자체보다 반려견 동승을 늦게 허가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지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장애인은 이전부터 반려견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서울시가 장애인 콜택시는 이제서야 반려견 동승을 허용한 것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면역력이 약한 중증장애인이 이용하는 택시인 만큼 반려견 탑승 이후 청소나 소독이 잘 이뤄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당부를 덧붙였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반려문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서 장애인 콜택시 반려견 동승을 제도화했다"면서 "택시 청결 문제는 우선은 기사분들에게 반려견 탑승 직후 청소를 잘 해달라고 구두로 지시한 상태이긴 하지만 따로 확인하거나 하는 절차는 없다"고 말했다.
Mrnobod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