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이 빚은 덕풍계곡...청람빛 내 어우러진 엷은 수채의 길
[울진·삼척=뉴스핌] 남효선 기자 = 설악으로부터 남하한 단풍이 온 산야를 불태우고 있다. 농염(濃炎)이다.
10월 마지막 주말이 절정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한다.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사실상 팬데믹이 종료되자 거리는 다시 사람들의 물결이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응봉산이 빚은 삼척 가곡면 덕풍계곡의 가을. 2022.10.24 nulcheon@newspim.com |
10월 하순으로 접어드는 주말인 23일. 경북 동해안의 갯마을인 울진과 강원 영동지방에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 치곤 제법 소리치며 내린다.
가을비에 젖는 단풍은 어떤 빛깔일까.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을 경계하는 응봉산(鷹峰山)은 덕구계곡과 덕풍계곡을 남북으로 품은 가을 트레킹의 명소이다.
특히 덕구계곡 초입에 자리한 '덕구온천'은 우리나라 최대, 최고의 자연용출 온천이다. '국민온천'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것처럼 '보양온천'으로 이름높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 응봉산으로 오르는 삼척 가곡 덕풍계곡의 가을빛깔. 2022.10.24 nulcheon@newspim.com |
응봉이 빚은 덕구계곡과 덕풍계곡은 사계절 트레킹 명소로 이름높지만 그 중 가을 트레킹은 압권이다.
형형색색의 가을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산색(山色)을 맛보려면 단연 덕풍계곡이 으뜸이다.
삼척시 가곡면 풍곡마을에서 응봉이 바라보이는 덕풍마을에 이르는 6Km의 물길은 가히 선계(仙界)에 들어온 듯 절경이다.
응봉이 제 생명을 길어 물길을 내고, 물길을 따라 온갖 수목을 키우고, 눈이 부시는 청람의 내(川)를 빚었다.
응봉이 빚은 내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시오리 길은 아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도 이름나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 응봉산으로 오르는 트레킹 명소인 삼척 가곡면 덕풍계곡의 가을. 2022.10.24 nulcheon@newspim.com |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덕풍의 가을은 사람의 발길을 무아(無我)의 세상으로 이끈다.
발걸음마다 형형할 수 없는 빛깔이 내려앉는다.
발길을 멈추고 지나 온 길을 되돌아 보면 또 다른 색깔이 발걸음을 잡는다.
잔잔하게 내리는 가을비에 제마다의 빛깔을 온 몸으로 맡긴 채 건듯 부는 바람에 가을향을 뿌린다.
더러는 제 이파리를 날려 속을 알 수 없는 물길에 내맡긴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 응봉산이 빚은 덕풍계곡의 가을 산색. 2022.10.24 nulcheon@newspim.com |
가을비에 온전히 제 몸을 내맡긴 덕풍계곡의 빛깔은 단(丹)보다는 황(黃)에 가깝다. 부드럽고 따사롭다.
수채화로 치면 엷은 수채화이다. 묵화로 치면 묽은 수묵화이다.
기암에 뿌리를 내린 자작나무는 이제 막 물감을 들이는 황녹색이다. 절벽에 뿌리를 내린 싸리나무는 담황색이다.
내리던 가을비가 멎자 산색이 또렷해진다. 내를 따라 이어진 길 위에 떨어진 이파리들이 융단처럼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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