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준 경찰청 국수본부장 기자간담회
'골목길서 밀었다'는 의혹도 수사 중
주최 측 없어…경찰 대응 매뉴얼 없어
고인‧유족 명예훼손과 모욕 등 엄정대응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31일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42곳의 CC(폐쇄회로)TV 52개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근 가게 직원과 사고 부상자 등 총 44명에 대한 조사를 벌여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길에서 누군가 밀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온라인상에서는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 등 5~6명이 밀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밀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진술과 듣지 못했다는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목격자 조사와 영상 분석 등을 통해 모든 가능성에 대해 정확한 경위 확인 중에 있다"고 답했다.
경찰은 이번 이태원 핼러윈 관련한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공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주무부서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주최 측이 없는 다중인파사건에 대응하는 관련 매뉴얼은 경찰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는 주최 측이 있고, 축제 등이 있을 경우에는 사전에 관련 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의료 등 유관기관들이 사전에 역할 분담해서 체계적으로 대응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그런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서 주최자가 없고, 다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유사 사례에 관련한 재발방지 위해서 국가공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것인지에 관해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고, 이에 따라서 적절한 대응매뉴얼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저희들도 그와 관련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9일 저녁 핼러윈 행사 인파로 인해 300명대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다음날인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22.10.30 kilroy023@newspim.com |
경찰은 이번 이태원 핼러윈에 급속도로 인파가 몰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도 경찰의 통제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이전과 유사한 정도 또는 조금 더 넘는 인원이 모였지만,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모였다는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장 판단의 아쉬움은 갖고 있다. 현장에 직접 지휘를 나간 간부들도 사람이 많았지만 급작스러운 인파 급증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475명 규모의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에서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 중"이라면서 "고인과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 악의적 허위사실 및 개인정보 유포에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에 대해 명복을 빌고, 가족들에게도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사고가 집중된 해밀톤 호텔 옆 골목길을 중심으로 인근 도로와 가게 등을 감식해 사고가 벌어진 정확한 경위에 대해 파악할 방침이다.
앞서 주말인 지난 29일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해밀톤 호텔 옆 폭 3~4m 골목길에서 수천명이 연쇄적으로 엉켜 154명이 압사하고 132명이 다치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