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입국격리에 설상가상 숙소봉쇄까지
격리단축 방역 신 정책 나왔는데 시행 미적
주말 봉쇄및 격리 현장 주민들 불만 고조
당국에 '전화 폭탄' 터뜨리자 온라인서 분통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여행중에는 간혹 예기치 못한 일로 일정이 바뀌는 일이 발생합니다.
'7(시설격리 7일)+3(자가격리)' 원래의 규정대로 라면 11월 7일 베이징에 도착했으니 중국의 해외 입국자 방역 정책에 따라 외부 시설(아파트나 호텔)에서 7일 동안 격리한 뒤 11월 14일 자택으로 옮겨 다시 3일 간 격리하면(도합 10일) 활동이 자유로워집니다.
베이징 퉁저우 위타이위안 아파트 격리 생활 4일째인 11월 10일. 기사 송고를 마치고 저녁 일과를 보내는데 난데없이 숙소인 베이징 왕징 아파트가 코로나19 감염자 발생으로 고위험지역이 돼 11월 10일부터 20일까지 봉쇄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졸지에 오도가도 못하고 중간에 붕 뜬 느낌이 들었습니다.
약 200명의 입국자 격리시설 단톡방에 이어 기자는 주거 봉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급히 왕징 아파트 약 300명의 인원이 있는 단톡방에도 가입하게 됐습니다. 입국 격리 단톡방과 왕징 숙소 아파트 단톡방 모두 중국인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왕징 숙소 아파트의 갑작스런 봉쇄 때문에 일단 기자는 7+3 해외 입국자 격리기간, 10일을 모두 퉁저우의 지정 시설에서 보내고 11월 17일 귀가하기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17일 이후가 고민이 됐습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 퉁저우의 해외 입국자 격리시설에서 방역복 차림의 작업자들이 거리 소독과 함께 여행자 짐을 정리하고 있다. 2022년 11월 7일 뉴스핌 촬영. 2022.11.12 chk@newspim.com |
왕징 숙소의 봉쇄 기간이 11월 10일~ 11월 20일이어서 집에 들어가면 3일간 다시 불필요한 격리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방역 정책에 따라 중고위험지구로 지정된 아파트는 진입은 가능하지만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는 없는 상황(只進不出)이 됩니다.
11일 오후 고민에 빠져 있는데 이번에는 격리 단축 등 코로나 방역 완화라는 희소식이 날라들었습니다. 국무원이 발표한 문건인데 해외 입국자와 밀착 접촉자(중고위험지구) 격리를 7+3에서 5+3으로 단축한다는게 골자였습니다. 또 고, 중, 저 위험지구 3단계 구분을 고, 저위험 두단계로 축소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 정책은 입국자 격리와 아파트 봉쇄 모두에 적용되는 조치입니다. 기자가 속한 두개의 단톡방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단톡방 사람들은 일제 와~ 하고 탄성을 터뜨렸습다. 시진핑 주석에 대한 지지율이 10%는 훅 올라갈 것 같은 함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톡방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갔습니다.
"광저우와 푸저우 등은 즉각 시행에 나섰는데 수도 베이징은 왜 늑장을 부리는 건가". 베이징시가 다른 지방과는 달리 아무 후속조치를 내놓치 않자 퉁저우 입국자 시설격리자들도 왕징의 봉쇄 아파트 주민들도 일제히 불만을 터뜨리고 나섰습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년 11월 11일 베이징 퉁저우구 해외 입국자 격리시설에 배달된 아침 식사. 2022.11.12 chk@newspim.com |
한국이나 중국이나 SNS 단톡방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참 말들이 많은 곳 같습니다. 격리자들은 같은 단톡방의 격리시설 관리요원들에게도 채근을 했지만 실권이 없는 요원들은 "상부에 문의했지만 신정책에 대해 아직 다른 통지가 없다"며 볼멘소리를 할 뿐입니다.
적지않은 중국인들이 동태청령 고강도 방역정책에 반대하고 일각에서는 시위도 벌어진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정부 당국의 미온적인 정책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불만과 분통을 터뜨리는 일은 많이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지방은 다 시행하는데 왜 베이징은 늑장을 부리고 있는가. 당장 시행이 아니더라도 계획이라도 밝혀야 표를 예약하고 행선지 계획을 짤것 아닌가. 우리 모두 행정 서비스 12345 국에 민원 전화를 걸어 항의합시다".
퉁저우 입국자 격리 단톡방과 왕징 봉쇄 아파트 단톡방에선 마치 시위대 구호 처럼 이런 얘기가 터져나왔습니다. 봉쇄 아파트 단톡방 사람들은 "신 정책에 따르면 우리의 격리도 10일이 아닌 8일로 단축되는 것이고, 5일 연속 감염자가 안나오면 고위험에서 저위험지구로 전환돼 생활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전화 항의에 적극 동참하자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중국 베이징 왕징의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아파트 로비에 비닐봉지에 담긴 식료품이 놓여있다. 2022.11.12 chk@newspim.com |
제로코로나 동태청령과 부글부글 끓는 중국 주민들의 아우성. 11일 부터 12일 까지 기자가 속한 두개의 단톡방에서 벌어지는 이런 상황을 얘기했더니 중국인 친구는 지금 열심히 회의하고 검토중일 것이라며 베이징 시가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것은 보신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격리기간 단축 위주의 신 방역 정책이 나오기 전날인 11월 10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겸 국가주석은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코로나를 철저히 예방하되 과학적이고 정밀한 고효율 방역으로 경제사회 영향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중국인 친구는 고기를 잡아야겠지만 숭어 잡는데 잔멸치 잡는 그물을 쓰지말라는 뜻으로 주민 생활 피해를 줄이라는 지시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실무 선에선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관한한 과도한 보신주의 때문에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엔 '버티기'가 횡횡하고 상하 정책이 자주 충돌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